치킨값 먹고 익절이냐 존버냐…타이밍 재는 동학개미들

입력 2020-05-21 16:30

직장인 이모(29)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너도나도 주식하는 틈을 타 지난달 말 특정 우량주에 100만원 가량 소액 투자했다. 최근 며칠간 해당 주가가 계속 오르면서 이씨는 현재 치킨값 정도의 수익이 났다. 이씨는 적은 돈이라도 ‘익절’을 할지 이왕 산 것 장기투자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그는 “사실 분위기에 휩쓸려 종목 분석도 제대로 안하고 투자했는데, 언제 또 떨어질지 걱정”이라며 “국내·외 경제는 여전히 안 좋다는 소식에 불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실물경제와 다르게 연일 상승하면서 이제 ‘매도 타이밍’을 저울질하는 초보 개미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익절매에 만족할지, 리스크를 있더라도 장기투자를 할지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 15일 1927.28(종가 기준)부터 이날 1998.31까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실물경제 지표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한 상흔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1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92곳의 순이익은 47.8% 급감하며 말 그대로 ‘반토막’ 났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액은 20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3% 감소했다.

이에 따라 자신이 산 주식 가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초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제 매도할 시점이 아니냐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결국 기회비용에 따른 선택의 문제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달 낸 보도자료에서 “젊은 층이 시장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는 현상은 최근 ‘동학개미운동’ ‘주린이(주식과 어린이의 합성어로 초보 투자자를 의미)’ 등 신조어가 유행하는 데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반대로 지금이라도 주식 투자에 뛰어들지 고민하는 투자자들도 여전히 많다. 아직 올해 초 수준의 주가에 크게 못 미치는 우량주들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금투협에 따르면 19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42조6279억원 가량으로, 3월24일 이후 줄곧 4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물경제 지표와 상관없이 주식시장이 과열되는 현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부 주식 투자자들이 실물경제 지표가 악화되는 걸 다소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일단 실적이 회복돼야 주가도 안정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민아 양민철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