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이 전한 ‘한반도대화’ 뒷이야기…“김정은, 솔직·당당”

입력 2020-05-21 14:56
2018년 4월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첫 남북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의 왼쪽에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앉아있다. 뉴시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부터 지난해 2월 북미정상의 ‘하노이노딜’까지 10개월간의 한반도 대화 뒷이야기를 21일 공개했다. 이날 계간 ‘창작과 비평’ 여름호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인터뷰를 통해서다.

임 전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만남이었던 4·27 판문점회담에 배석했다. 그는 “두 정상의 대화가 끝난 뒤 느낌은 안심과 기대였다”면서 “(김 위원장의) 캐릭터가 굉장히 솔직하면서 당당했다. 대통령과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상당히 확고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두 정상이 다시 만난 5·26 판문점회담에 대해서는 “뜻밖이었다”고 표현했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성공 이후 북미 정상의 첫 회담에 대한 기대가 증폭되는 동시에 북미 간 기싸움도 이어졌다고 한다.

임 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안 만나도 상관없어’라는 식이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북쪽이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 급하게 제안한 것으로 생각된다. 문 대통령도 하루 만에 흔쾌히 수락했다”고 전했다.

임 전 실장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이 만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같은 해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평양 방문 직후 백악관에 갔을 때 일화를 소개했다. 정 실장이 ‘김 위원장은 뚜렷한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을 희망한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거봐. 내가 뭐랬어. 맞지? 그거야’라고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에게 “나는 좋다. 만날 의사가 있다. 당신이 가서 기자회견을 하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후 백악관 기자실을 찾아 정 실장의 회견을 직접 공지하기도 했다. 임 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의 엄청난 반대를 뚫고 뭔가를 만들어보려 한 점을 평가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은 ‘노딜’로 끝났던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여러 스캔들 때문에 미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몰린 환경이 있지 않았나”라며 “하노이로 가기 전 미국 의회, 정부, 조야 등 사방에서 ‘배드딜’보다는 ‘노딜’이 낫다고 압박한 상황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을 더 나아가지 못하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