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긴장했나? 문희상, 물 한 모금 후 퇴임 인사

입력 2020-05-21 14:08
연합뉴스

20대 국회 후반기를 이끈 문희상 국회의장이 퇴임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자신의 정치인생에 대해 회고하면서도 앞서 논란이 된 조수진 미래한국당 대변인의 ‘봉숭아 학당’ 발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문 의장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 기자회견에 등장했다. 검은색 슈트에 하늘색 넥타이를 메고 등장한 문 의장은 미소를 띈 채 인사를 나눴다. 취재진 앞에 나서기 전에는 긴장이 된 듯 물 한 모금을 마시기도 했다.

강단에 선 그는 “아쉬움은 남아도 후회없는 삶이었다. 보람이 가득했던 행복한 정치인의 길이었다”며 “새로운 인생 출발점에 서서 몹시 떨리지만 새로운 길을 가는 설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1979년 김대중 대통령과 첫 만남을 시작으로 정치를 시작해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으로 목표를 이뤘다”면서 “이후 인생을 덤으로 생각했지만 노무현, 문재인 정부 등에서도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할 기회를 얻었던 것은 놀라운 행운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1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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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들에게 팍스 코리아나의 기회가 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문 의장은 “저의 정치는 팍스 코리아나로부터 출발했다”며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팍스 코리아나의 시대를 만들고 싶은 당찬 포부였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민주주의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있다”며 “국민의 힘과 한국 사회의 역량은 강화되어 어떠한 국난도 능히 극복해내는 강한 나라가 됐고 팝과 영화, 스포츠와 방역에 이르기까지 ‘K열풍’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팍스 아시아나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며 “팍스 아시아나의 시대에는 한국·중국·일본 3국 서로 양보하며 협력 속의 경쟁이 필연”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몸은 떠나도 문희상의 꿈, 팍스 코리아나의 시대가 열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문 의장은 “6선의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까지 할 수 있게 해준 의정부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며 “고단했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마음으로 고향 의정부로 돌아간다”고 지역구 주민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1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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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비례 초선인 조수진 미래한국당 대변인은 20일 페이스북에 문 의장을 ‘북숭아 학당’에 비유하며 과거 일화를 소개했다.

조 대변인은 “문 의장과 유 총장은 곧 국회를 떠난다”며 “당적과 관계없이 기자 시절 오랜 취재원이었던 두 분의 퇴장에 인간적인 아쉬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희상이란 정치인하면 단연 ‘봉숭아 학당’이 떠오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엽기적인 학생들이 선생님을 상대로 난장을 벌이는 옛 개그 프로그램처럼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내놨다”며 “대개 의회주의, 대화와 타협이란 정치의 본령에 기인한 것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일방’이란 단어, ‘힘’을 확인해야 했던 ‘누더기 선거악(惡)법’ 처리 등 지난 연말 국회 상황이 대단히 답답하게 느껴졌던 이유일 것 같다”며 20대 ‘식물 국회’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