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흔들리는 반도체 시장…흔들림 없는 삼성전자

입력 2020-05-21 11:00
삼성전자 평택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관련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위탁생산) 생산 시설을 추가로 구축한다고 21일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와 관련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EUV 전용 화성 ‘V1 라인’ 가동에 이어 평택까지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기 위해 ‘반도체 비전 2030’를 발표하고 이에 따라 세부 전략을 실행 중이다. 파운드리 생산 시설 구축은 EUV(Extreme Ultra Violet·극자외선) 기반 최첨단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후속 조치 일환이다. EUV 노광 기술은 기존 불화아르곤(ArF)을 대체할 차세대 광원으로 고기능과 생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파장의 길이가 불화아르곤(ArF)의 14분의 1 미만에 불과해 더 세밀한 반도체 회로 패턴을 구현하고, 공정을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모바일,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AI 등 다양한 분야로 초미세 공정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평택 파운드리 라인 공사에 착수했고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화성 S3 라인에서 업계 최초로 EUV 기반 7나노 양산을 시작한 이후, 2020년 V1 라인을 통해 초미세 공정 생산 규모를 확대해 왔다. 여기에 2021년 평택 라인이 가동되면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기반 제품의 생산 규모는 더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5나노 제품을 올해 하반기에 화성에서 양산한 뒤, 평택 파운드리 라인에서도 주력 생산할 예정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중국 시안 공장 반도체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모바일 칩을 필두로 하이엔드 모바일 및 신규 응용처로 첨단 EUV 공정 적용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5나노 이하 공정 제품의 생산 규모를 확대해 EUV 기반 초미세 시장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전략적 투자와 지속적인 인력 채용으로 파운드리 사업의 탄탄한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파운드리 업체 순위. 뉴시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5G, HPC, AI, 네트워크 등 신규 응용처 확산에 따라 초미세 공정 중심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2019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568억7000만달러(66조원)를 기록했다. 올해는 전년 대비 6.8%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은 29억9600만달러(3조8000억원)를 기록 시장 점유율 15.9%로 업계 2위다.

대만 TSMC의 1분기 매출은 102억달러(12조9000억원)로 시장 점유율 54.1%를 차지해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TSCM와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파운드리가 점유율 7.7%로 3위를, UMC가 7.4%로 4위, SMIC가 4.5%로 5위를 차지한다. TSMC는 지난 15일 미국 애리조나에 반도체 신규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이미 가동 중이다.

강주화 김성훈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