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편투표, 선거 사기” 반발…속내는 ‘대선에 불리’

입력 2020-05-21 07:56
트럼프, 우편투표 움직임 미시간주·네바다주 압박
“불법적인 선거 사기…연방정부 자금 지원 보류”
투표율 낮은 젊은층·흑인 우편투표…민주당에 유리
노년층도 우편투표 참여…공화당에 도움 ‘반박’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애나 허친슨 아칸소 주지사·로라 켈리 캔자스 주지사와 만남을 가진 자리에서 말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11월 3일 실시될 미국 대선에서 우편투표를 확대하는 문제가 미국 정치권의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올해 미국 대선에서 우편투표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좁은 투표장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할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이 크다는 우려에 대한 대응책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편투표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당 지지기반이면서도 투표율이 낮은 젊은 층과 흑인들이 우편투표에 참여해 자신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우편투표를 준비 중인 미시간주와 네바다주에 대해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시간이 예비선거(경선)와 일반 선거(대선·의회 선거)를 앞두고 770만명에게 부재자 투표용지를 보내고 있다”면서 “이는 사기꾼인 (미시간주의) 국무장관에 의해 불법적이고 허가 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들(미시간주)이 사기 선거의 길로 간다면, 나는 미시간주에 대한 자금 지원을 보류하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미시간주는 이번 대선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이며 민주당 소속의 그레첸 휘트머 주지사가 있어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예민하다. 조슬린 벤슨 미시간주 국무장관이 올해 대선에 우편투표 신청을 받기 위한 우편을 발송한다고 19일 밝힌 것이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했다.

벤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우리는 투표용지가 아니라 신청서를 보냈다”면서 “이는 공화당 소속 국무장관이 있는 아이오와, 조지아, 네브래스카, 웨스트버지니아주와 똑같은 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네바다주는 네바다주와 미국에 대한 거대한 ‘유권자 사기’ 시나리오를 만들면서 불법적인 우편투표 용지를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만약 그들이 그렇게 할 경우 나는 그 주(네바다주)에 대한 자금 지원을 보류할 것”이라며 “미안하지만, 당신들은 선거에서 사기를 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네바다주는 다음달 9일 연방의회와 주의회 의원 선출에 필요한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우편투표로 진행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어떤 자금지원을 보류할지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WP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위터는 많은 주들이 코로나19에 맞서 안전한 투표방식을 찾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우편투표 확대는 소수의 강력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다수의 느슨한 지지층이 있는 민주당에 유리한 제도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공화당 지지층인 노년층도 우편투표에 많이 참여할 가능성이 있어 트럼프 진영에게 불리하기만 제도는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일단 민주당은 우편투표 확대에 적극적이다. 투표율이 높아야 이번 대선에서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민주당은 코로나19 긴급예산에 우편투표 확대 관련 예산을 넣겠다고 벼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 확대를 거세게 반대하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8일 트위터에 “공화당은 우편투표 (확대) 문제에 관해서라면 매우 열심히 싸워야 한다”면서 “무슨 이유가 됐든 간에 공화당에는 좋은 쪽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3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우편투표 확대는 ‘미친 짓’이라고 일축하며 “만약 여기에 동의한다면 공화당이 이 나라에서 선출되는 것을 결코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