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대구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전 이사장인 더불어민주당 윤미향(56) 당선인을 만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할머니가 윤 당선인에게 기자회견 참석을 제의한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 할머니는 참석을 요청한 이유가 용서나 화해의 뜻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이 할머니는 20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배신자와 배신당한 사람이 같은 자리에 있어야 옳고 그름을 밝힐 수 있기 때문에 오는 25일 예정된 기자회견에 윤 당선인을 불렀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이 할머니는 지난 19일 윤 당선인이 대구 중구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던 자신의 방을 찾아온 사실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윤미향이 갑자기 방으로 찾아와 깜짝 놀랐다”고 한 이 할머니는 “국회의원이 돼서 미안하다는 말도 없고, 뚜렷한 이유도 대지 않고 무릎만 꿇고 용서를 비는데 뭘 용서하란 말인가. 난 용서한 게 없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또 “윤미향을 기자회견장에 오라고 한 것은 화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일축하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배신한 윤미향이 괘씸하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갑자기 자신의 방을 찾아와 무릎을 꿇은 윤 당선인의 손을 잡아 의자에 앉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윤 당선인에게 “난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그(기자회견) 뒤로(의혹들이) 너무 많이 나왔더라. 그건 법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할머니는 또 호텔방 바깥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윤 당선인 동행자에게 “따라 다니면서 무슨 수작이냐”고 큰소리로 꾸짖었다고도 했다.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한 번 안아달라”며 팔을 벌렸고 이 할머니는 “안으면서 30년 함께 한 세월이 떠올라 눈물이 흘렀다”고 했다.
윤 당선인을 안아준 것과 관련해 이 할머니는 “원수도 아니고 안아달라는데, 안아준 것을 가지고 화해를 했다고 마음대로 해석한 것은 정말 이해가 안 된다”며 “결코 화해나 용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에게 “내가 수일 내로 기자회견을 할 테니 그때 내려오라고 한 뒤 뒤 헤어졌다”고 했다.
“그들은 지금까지 (일본에) 사죄하라 배상하라 소리만 했지, 역사를 제대로 교육시켜준 적이 없다”고 한 이 할머니는 “김학순 할머니가 시작한 일을 이용수가 마무리 지어야 죽어도 할머니들 보기가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는 말했다. 고(故) 김학순 할머니는 1981년 위안부 문제를 처음 공론화하고 소송을 제기한 인물이다.
앞서 이 할머니는 지난 7일 대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의연 후원금 사용처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각종 의혹이 제기된 윤 당선인은 지난 19일 이 할머니를 찾아가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은 여권과 양측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지난 19일 오후 8시50분 윤 당선인이 대구 중구 모처에서 이 할머니와 만나 10분간 독대했다고 20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이 할머니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윤 당선인이 사과했으며 이 할머니도 “윤 당선인이 불쌍하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매체는 전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할머니와 윤 당선인이 회동에서 원만한 대화를 나눴다. 법적인 문제는 법적인 문제고 내가 하고픈 말은 기자회견 때 밝힐 것이니 그때 오라고 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오는 25일 예정된 기자회견에 윤 당선인 참석을 요청했다는 점에서 갈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나눴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