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북 러시아 대사 “북미 대화, 미국 대선까지 연기된 것”

입력 2020-05-21 05:27
연합뉴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가 북한과 미국과의 협상을 오는 11월 미국 대선까지 중단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또 북한이 그 어떤 나라보다 선제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방역했다며 코로나19 감염자가 없다는 발표를 신뢰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대사는 현지시각으로 20일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협상 재개 전망에 대해 “북한이 의미를 찾지 못하는 미국과의 대화는 최소 미국 대선 때까지는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 이후에 가봐야 전망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북한 협상 실패 이후 입장을 바꿨다면서 예전엔 북한의 단계별 비핵화 조치에 합당한 미국 측의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거래를 시도했지만 이제는 미국이 영구적으로 대북 적대 정책을 포기하고 그것을 구체적 행동으로 증명하라는 것이 미국과의 대화 전제 조건이 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대북 제재는 영원히 지속할 객관적 현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 그는 “이런 판단은 올해 1월 11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의 담화에 잘 반영돼 있다”고 부연했다.

당시 김 고문은 담화를 통해 북미 사이에 다시 대화가 성립되자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요구사항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미국이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며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마체고라 대사는 아울러 “러시아는 역내 긴장 고조 위험을 내포한 북미 대화 동결이 기쁘지 않다”면서 “우리의 입장은 언젠가는 협상이 재개되리라는 것이고 우리 북한과 미국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 리선권이 북한 외무상에 임명된 데 대해서는 “북한의 대미 정책 수정과 직접적으로 연관 짓고 싶지 않다”며 외무상 교체가 대미 강경 노선으로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을 반박했다.

“북한 외무성 수장은 한 번도 미국과의 대화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된 적이 없다”고 한 그는 “대미 문제와 핵 문제는 항상 외무성 제1부상의 관할 사항이었고 지금도 이(권한)구도는 유지되고 있으며 최선희(제1부상)에게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당연히 최 제1부상도 대미 관계에서 독자적 정책을 펴는 것이 아니라 국가 지도자에 의해 정해진 노선을 철저히 따른다”고 부연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과 관련해 북한엔 감염자가 없다는 현지 당국의 발표를 신뢰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먼저 강력한 방역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하며 지난 1월 말까지 러시아에 남아있던 약 1000명의 북한 노동자도 여전히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