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 벼랑 끝’ 탈출 SK 염경엽 “선수들 고생 많았다”

입력 2020-05-20 22:08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 자료사진. 연합뉴스

SK 와이번스가 팀 통산 최다 연패 타이기록(11연패)의 벼랑 끝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다. 2020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 개막 사흘째부터 시작됐던 10연패의 사슬을 끊고 귀중한 2승을 수확했다. 팀의 미래를 설계하며 올 시즌의 목표로 제시했던 ‘성적과 육성’을 모두 놓쳐 자신의 거취를 장담할 수 없던 SK의 염경엽(52) 감독은 숨통을 트게 됐다.

SK는 20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가진 KBO리그 원정 2차전에서 4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의 맹타를 몰아친 남태혁을 앞세워 키움 히어로즈를 5대 3으로 물리쳤다. SK 순위는 10개 팀 가운데 여전히 최하위지만, 개막 이튿날인 지난 6일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에서 5대 2로 승리한 뒤 14일 만에 시즌 2승(11패)을 쌓고 연패를 끊었다. 창단 첫해인 2000년 6월 23일부터 7월 5일까지 팀 사상 최다로 기록된 11연패를 20년 만에 재현할 위기에서도 벗어났다.

SK는 이날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는 롤러코스터 게임을 펼치며 연패 탈출의 의지를 높였다. 선취점을 키움에 헌납했지만, 결승점은 SK이 몫이었다.

키움은 1회말 1사 때 김하성의 솔로 홈런으로 포문을 열었다. SK는 곧 승부를 뒤집었다. 2회초 2사 1·2루에서 김성현의 중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 뒤 3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시속 142㎞로 고척돔의 허공을 가른 타구를 좌중간 관중석으로 떨어뜨린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의 솔로 홈런으로 달아났다.

키움은 5회말 무사 1·2루 때 이정후의 좌전 적시타, 이어진 2사 2·3루에서 SK 선발 박종훈의 폭투를 파고든 3루 주자 김하성의 홈 질주로 2점을 얻고 되받았다. 그러자 SK는 6회초 무사 1·2루에서 남태혁의 적시타, 계속된 무사 만루 때 내야 땅볼을 치고 출루한 김창평의 타석에서 홈으로 질주한 3루 주자 한동민이 살아나면서 2점을 뽑고 4-3 재역전에 성공했다.

남태혁은 이 과정에서 시즌 첫 안타와 타점을 수확했다. 타격의 손맛을 본 남태혁은 7회초 2사 1·2루에서 우익수 오른쪽으로 흐르는 1루타를 치고 2루 주자 로맥을 홈으로 불러 타점을 추가했다. 앞서 2경기 출전에 5타수 무안타로 0점이던 남태혁의 타율은 이제 0.333이 됐다.

SK는 이제 탈꼴찌의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시즌 초반인 만큼 페넌트레이스 완주 성적을 예단할 수 없지만, SK의 하위권 체류가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이견을 달기 어렵다. SK는 지난 시즌 에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앙헬 산체스(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모두 이적하면서 마운드가 약화됐고, 오랫동안 타선의 중심을 잡아 온 베테랑 최정이 1할대 빈타에 시달리면서 팀의 전력을 끌어올릴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염 감독의 계획 중 하나인 선수 육성도 미완의 과제다. 2000년생 2루주 김창평과 경험 있는 유격수 정현으로 구성된 ‘키스톤 콤비’는 아직 완전한 호흡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염 감독은 현재의 부진을 ‘성장통’으로 보고 있다. 염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연패 기간에 선수들의 고생이 많았다. 연패를 끊기 위해 단합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좋았다. 남은 경기에서 편안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역할을 한다면 좋은 시즌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