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피해에 태풍까지…인도·방글라 ‘엎친 데 덮친 격’

입력 2020-05-20 22:06
초대형 사이클론 '암판'이 접근한 인도 오디샤 해안 마을에서 20일 한 남성이 폭우와 바람을 피해 걷고 있다. EPA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도와 방글라데시에 20일(현지시간) 초대형 사이클론 ‘암판’이 들이닥쳤다. 순간 최고 풍속 190㎞의 강풍과 강한 비를 동반한 암판은 이날 인도 동부와 방글라데시 해안을 강타해 최소 1명이 숨지고 수백만명이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암판은 이날 밤 늦게 인도 웨스트벵골의 주도인 콜카타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곳에는 1100여만명의 주민이 살고 있어 자칫 큰 피해가 우려된다. 콜카타 공항은 21일 오전까지 항공기의 이착륙을 금지했다. 해안 인근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현지 언론들은 이미 인도 주민 50만명 이상이 대피했다고 전했다. 벵골만에서 형성돼 북상한 암판의 순간 최대 풍속은 1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형 사이클론 '암판'이 20일 인도 오디샤 해안에 접근하면서 폭우가 내리고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 EPA연합뉴스

인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도시가 봉쇄되면서 일자리를 잃은 빈민 노동자들의 고향행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하루 5000명 안팎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이클론까지 덮쳐 도시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주노동자들과 빈민층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

인도 당국은 긴급 대피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장소를 확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피소에 사람이 몰려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이미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AFP통신은 주민을 대피시키던 자원봉사자가 배가 뒤집혀 익사했다고 보도했다. 가로수와 전봇대가 쓰러지는 등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약 100만명의 로힝야족 난민이 사는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지역에도 피해가 예상된다.

사이클론 암판은 세계에서 가장 큰 맹그로브 숲인 방글라데시 순다르반에도 많은 비를 뿌렸다. 순다르반은 뱅골 호랑이와 비단뱀 등 희귀종과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