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뚫고 고3 등교 “반갑지만 불안해요”… 일부 학교 등교 제동

입력 2020-05-20 18:13
등교 수업이 시작된 20일 서울 용산구 중경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창 밖으로 손을 흔들고 있다. 권현구 기자

서울 종로구 경복고엔 20일 오전 7시30분부터 교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북적였다. 마스크를 쓴 10여명의 교사가 교문 앞에 나와 “야 너 오랜만이다”며 인사를 건넸다. 비접촉식 체온계로 학생의 이마를 찍은 뒤엔 “합격!”을 외쳤다.

이경률 경복고 교장은 “너무 반가워서 당번이 아닌 선생님들도 대거 나와 맞이했다”고 말했다. 정문에서 만난 김모(18)군은 “친구들 만날 생각에 좋기도 하고, 코로나19 때문에 걱정되기도 해요”라며 웃어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던 등교 수업이 80일 만에 시작됐다. 오랜만에 만난 교사와 학생들의 표정은 밝았다. 하지만 인천과 경기도 안성에서 학생 귀가와 등교중지 조처가 내려지는 등 감염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 용산구 중경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등교하며 체온측정을 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학교는 방역을 철저히 준비한 모습이었다. 모든 교직원과 학생이 정문에서 한 줄로 서서 발열 체크를 하고, 손 소독제를 바른 뒤에야 정문을 지나칠 수 있었다. 1층 건물에서 열화상 카메라까지 지나간 뒤에야 교실에 입장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유지에도 각별히 주의했다. 등교 안내를 돕는 교사는 “모두 거리 두기! 한 줄씩!”이라며 큰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등교하는 학생이 몰리면서 거리 두기가 불가능한 상황도 벌어졌다. 오전 7시40분쯤 16명의 학생이 교문 앞에 몰리자 교사들도 우왕좌왕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한 학생이 교사를 지나쳐 학교에 들어가는 일도 생겼다. 다른 김모(18)군은 “학교 안에서 마스크를 안 쓰고 돌아다니는 학생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정문 앞 발열 체크 때만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뿐 학교 안에선 학생 간 스킨십이 잦았다. 모여서 등교하는 학생들은 마스크를 끼고도 계속 대화하며 학교로 걸어왔다. 웃으면서 등을 때리거나, 목을 감거나 하며 장난치는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은 열 체크를 할 때 잠시 떨어진 뒤 곧장 다시 삼삼오오 모여 교실로 향했다.

일부 지역에선 등교 개학에 제동이 걸렸다. 인천에서는 이날 새벽 고교생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일이 발생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인천 10개 군·구 가운데 미추홀구 중구 동구 남동구 연수구 등 5개구 관내 고교 66곳의 고3 학생 모두를 등교하자마자 귀가시켰다. 경기도교육청도 전날 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남성의 동선이 완전히 파악되지 않자 관내 고교 9곳에 대해 등교중지 결정을 내렸다.

전국 곳곳에선 일부 학생이 발열 등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여 등교하자마자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는 일도 벌어졌다. 의심증상으로 근처 보건소 선별진료소로 이송된 학생이 경기도에서만 오후 1시 현재 27명이었으며 충북 청주와 경북 포항에서도 각각 5명, 4명씩 나왔다.

일부 학생들은 불안을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 성동구의 고3 학생 강모(18)군은 “마스크 끼는 것만 빼면 다 똑같고 쉬는 시간에 아무런 제지 없이 친구들이 모여 떠든다”며 “나만 거리 두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강보현 기자, 전국종합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