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전후 ‘시정조치요구’ 안 받겠다”… 검찰 “수용 불가”

입력 2020-05-20 18:08 수정 2020-05-20 20:14


검찰과 수사권 조정안의 구체적 시행 방안을 협의 중인 경찰이 “검사의 시정조치요구 대상에 내사사건은 포함되지 않으며, 시정조치요구 판단을 위한 조사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시정조치요구는 지난 2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신설된 것으로,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가 의심될 때 검사가 사건기록 송부와 사건 송치를 요구하는 제도다. 검찰은 경찰의 이러한 입장이 국민 인권보호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수용 불가’ 의견을 모았다.

대검찰청은 일선청을 방문해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검사들의 의견을 20일까지 수렴했다. 검찰에 따르면 보완수사요구·재수사요청·시정조치요구 등 수사준칙 측면에서의 경찰 주장,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에 대한 경찰 해석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 모였다. 검찰 내부에서는 경찰의 일부 주장을 두고 위헌적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뤄졌다. 대검은 취합한 의견을 토대로 내부 논의를 거쳐 다음 달 안에 조문화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검찰의 우려는 대표적으로 신설된 사법통제 제도인 시정조치요구를 두고 제기됐다. 검찰은 인권보호 공백을 최소화하려면 경찰 수사 중에는 물론 내사, 수사종결 이후 단계에도 수사권 남용에 대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찰은 “시정조치요구는 경찰이 수사 중인 경우에만 한정된다”고 맞서고 있다. 검찰은 시정조치요구의 필요성 판단을 위해 자료제출 요구와 사건관계인 면담 등 조사규정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경찰은 “조사는 불가하다”고 맞섰다.

검·경은 재수사요청 범위와 방식을 둘러싸고도 다른 의견을 보였다. 검사가 재수사 요청을 해도 경찰이 사건 불송치 결정을 무한 반복할 경우가 쟁점이었다. 검찰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검사의 최종 판단으로 사건 송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은 “기관 대 기관 간의 ‘수사협의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맞섰다. 재수사요청 범위가 ‘관련자와 관련 사건’이라는 게 검찰 입장이지만 경찰은 “불송치결정서에 기재된 피의사실에 한정한다”고 했다.

수사권 조정의 법적 근거 마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령을 위한 후속 협의 과정에서는 여전히 충돌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검찰은 경찰과 협력 관계지만 경찰 통제 역시 본연의 역할이라 강조해 왔다.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등 경찰 수사로 국민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에는 검사가 감시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다. 경찰청 관계자는 “협의 중엔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경원 구승은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