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축하 성명, 정관계 인사들 축하 영상
中외교부 “분리독립 시도 반드시 실패”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20일 집권 2기를 시작하면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자 중국은 즉각 “대만 분리독립은 죽음의 길”이라며 “중국 통일은 막을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특히 미국 정부가 차이 총통의 취임을 축하하면서 대만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표현한 데 데해 “내정 간섭”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차이 총통은 이날 영빈관 격인 타이베이빈관 광장에서 진행된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중국 당국의 일국양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은 대만을 격하하고 양안의 현 상태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과 대화하고 지역 안보에 기여할 용의가 있다”며 “평화, 대등, 민주주의, 대화 원칙에 입각한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차이 총통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해협 건너편의 지도자’로 지칭하면서 양안 관계의 장기적 발전을 도모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차이 총통의 연설 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축하 성명이 낭독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대만의 활기찬 민주주의를 이끄는 차이 총통의 용기와 비전은 세계에 영감을 준다”며 “앞으로 대만과의 파트너십은 계속 번창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외교부는 “미국 국무장관이 대만 총통의 취임을 축하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라며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했다.
취임식에선 대만의 15개 동맹국과 한국, 일본, 영국 등 각국 정치 지도자들이 보내온 축하 영상도 상영됐다. 영상의 마지막은 미국 정부 및 의회 인사들이 장식했다.
이중 대중 강경파로 꼽히는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중국어로 “우리는 사람의 생명을 정치 위에 놓고 억압 대신 자유를 선택하도록 다른 나라와 세계보건기구(WHO) 같은 기구를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고립 작전을 펴고 있는 중국과 중국 편향적이란 평가를 받는 WHO를 동시에 비판한 것이다.
중국은 발끈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내 “미국은 대만 지역 지도자를 총통으로 지칭하고 그의 취임을 축하하는 영상을 제작했다”며 “대만 문제는 중국 주권과 영토, 핵심 이익과 연관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리독립을 용납하고 지원하는 시도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미국에 엄중히 통고한다”고 경고했다.
1949년 분단 이후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던 중국과 대만은 43년 만인 1992년 홍콩에서 만나 구두로 ‘양안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이 내용이 문서화되지 않았고, 합의 주체도 정부가 아닌 반관영기구여서 해석을 둘러싼 논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차이 총통은 2016년 5월 취임한 대만의 첫 여성 총통이다. 지난 1월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1996년 직선제 시행 이후 최다 득표율(57.13%)로 재선에 성공했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호평에 힘입어 현재 지지율은 더 올랐다. 신대만 국책싱크탱크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74.5%에 달했다.
중국은 이처럼 국민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고 미국의 지지까지 등에 업은 차이 총통이 현상 유지를 넘어 보다 과감한 독립 행보에 나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