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인가제 폐지·넷플릭스법 통과…명암 엇갈린 업계

입력 2020-05-20 17:19 수정 2020-05-21 00:42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인터넷 업계와 이동통신사의 사업과 직결된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법안 다수가 20대 마지막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면서 명암이 엇갈렸다. 이통사는 요금제 다양화와 망 사용료 추가 수입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 반면, 네이버·카카오 등은 규제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져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30년 동안 유지돼온 요금 인가제는 통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요금을 인상할 경우 정부의 인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과도한 요금인상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이를 대체하게 될 ‘유보신고제’는 사업자의 통신 요금 인가를 신고로 전환하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5일 내 접수 혹은 반려를 결정하는 제도로, 급격한 요금 인상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는 남겼다는 평가다.

정부와 통신 업계는 개정안 통과로 인가 절차가 간소해져 요금 경쟁을 촉진시킬 수 있고, 다양한 서비스 출시도 가능해졌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요금제가 인가를 받으면 KT와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요금제를 출시해 사실상 ‘요금 담합’ 현상이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요금 인가제 폐지가 통신 요금 인상을 촉진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과점 상태인 통신시장에서 사업자 자율로 요금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넷플릭스 규제법’으로 불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 통과도 이통사에는 희소식이다.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CP(콘텐츠 업체)들은 네이버·카카오 등과 달리, 점점 증가하는 트래픽 양에도 통신사 측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았다. 이번 법 통과로 해외사업자라도 일정 이용자 수·트래픽 양 기준을 넘을 경우 망 안정성 유지 의무가 생긴 만큼 통신사 측은 망 사용료 협상의 명분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인터넷·플랫폼 업계가 우려해온 ‘n번방 방지법’도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불법 성착취 영상물 유포를 방지하기 위해 인터넷 사업자의 의무를 강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에 대해 업계는 큰 틀에서 동의하면서도 ‘검열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에 반대의 뜻을 명확히 해왔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사적인 대화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확인시켜줌으로써 업계는 한숨 돌렸지만, 향후 기술적·관리적 조치에 대한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n번방 사태’를 키운 텔레그램 등 해외 플랫폼에 대한 실효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도 남았다.

이 외에도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를 폐기해 다양한 민간전자 서명 수단들이 경쟁할 수 있도록 한 전자서명법 개정안도 처리돼 발급 과정 등에서 발생했던 불편함도 해소될 전망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