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서울이 마네킹 공급업체를 19일 저녁 고소하면서 ‘리얼돌 논란’은 법적 공방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마네킹 업체가 리얼 마네킹이 아닌 리얼돌을 설치한 것이 ‘기망행위’란 서울의 주장에 마네킹 업체는 “마네킹 모양에 대해 사전에 서울과 공유한 증거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0일 “GS스포츠에서 마네킹 공급업체를 고소한 사건을 접수해 현재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과 서울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마네킹 공급업체는 부당이득, 사기,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은 지난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 FC와의 프로축구 K리그1 2라운드 홈 경기에서 빈 관중석을 마네킹으로 채우자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마네킹 공급업체에서 관중석에 배치한 약 30개의 마네킹이 성적 목적으로 쓰이는 ‘리얼돌’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은 전반전이 끝난 뒤 마네킹을 철수시켰지만, 경기 후 외신들까지 이 문제를 다루면서 ‘리얼돌 논란’은 국제적인 망신으로까지 비화했다.
서울은 이에 해당 마네킹 공급업체를 상대로 법적인 책임까지 물을 방침이다. 서울은 20일 입장문에서 “마네킹 공급업체의 기망 행위에 대한 경찰 수사를 의뢰했으며 정확한 진상 조사를 위해 수사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는 별개로 서울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한 내부 단속에도 나섰다. 서울은 “업무 관련자들의 업무 소홀에 대해 대기 발령 등의 문책 조치를 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마네킹 공급업체에 법적인 책임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미지수다. 형법상 ‘부당이득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해 현저히 부당한 이득을 취득’해야 한다. ‘사기죄’가 인정되려면 ‘사람을 기망해 재물을 편취하거나 재산상의 불법한 이익을 취득’해야 한다. ‘업무방해죄’도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해야 성립한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서울이 궁박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마네킹 공급업체가 위계나 위력을 행사한 정황도 없다. 설치 행위로 부당한 이득을 취했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구체적으로 처벌을 받을지 여부는 경찰 수사를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상태로선 부당이득이라고 보긴 어려운 것 같고, 피고소인 측에서 마케팅 효과를 노린 것 같지도 않다”면서도 “다툼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을 수사를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고소된 마네킹 공급업체 관계자는 20일 “리얼 마네킹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한 사진, 동영상 파일을 제안서 형태로 설치 전 서울 측과 공유한 증거가 있다”며 “그런 건 언급이 안 되고 ‘마네킹이라고 하지 않았냐’고 서울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경찰에 해당 증거를 제출하고 저희가 책임질 것이 있다면 벌을 받겠다”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