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노영기 교수가 20일 ‘그들의 5·18―정치군인들은 어떻게 움직였나’라는 제목의 책자를 펴내 눈길을 끈다. 무차별적 폭력으로 권력을 찬탈한 일부 정치 군인들의 시각에서 국내 현대사의 최대 비극으로 꼽히는 5·18을 재구성한 것이다.
노 교수는 지난해부터 ‘왜 국민의 군대가 국민들에게 총을 쏘았을까?’라는 근본적 의문을 품고 이 책을 저술하기 시작했다.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 2007년까지 조사관으로 활동한 그는 의문을 풀기 위해 12·12 군사반란,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새로운 자료를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관련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이 책은 조사관 활동기간을 위주로 지금까지 접한 5·18 관련자료와 당사자들을 인터뷰한 결과물이다.
5·18의 역사적 맥락을 인과관계에 따라 추적한 노 교수는 먼저 군의 정치적 동원(계엄령과 위수령, 긴급조치 등), 공수부대의 시위 진압 투입, 정치에 개입하는 군인들(신군부) 등이 박정희 정권이 남긴 유산이라고 지적한다.
1979년 10·26사건으로 최고 권력의 공백이 생긴 직후 12·12군사반란을 통해 군 지휘권을 장악한 신군부가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처럼 권력에 눈을 돌리게 됐다는 것이다.
노 교수는 또 보안사령부의 부마항쟁 평가와 육군본부의 보고서에서 1980년 광주에서 저질러진 공수부대의 폭력이 잉태됐다는 진단한다. 그는 군의 강경 진압을 부추기는 지침이 1980년 5월 광주에서 공수부대에 의해 더욱 잔혹하게 적용됐다고 분석했다.
노 교수는 그동안 ‘5·16쿠데타 주체세력 분석’,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에 관한 자료 실태와 연구현황’, ‘5·18항쟁기 민간인 희생자들을 위한 진혼곡’, ‘5·18항쟁 초기 군부의 대응’, ‘5·18항쟁 기록물의 생성과 유통’, ‘여순사건과 국가폭력의 구조’ 등의 각종 논문을 통해 5·18 진상규명에 앞장서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