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의 부동산 시장 안정세를 유지하기 위해 올해도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불투명한 시장 거래를 근절해 투기수요를 원천 차단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주택 공급량을 늘려 수요를 지탱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동산 시장 안정’을 주거정책의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포부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집값 불안이 발생하면 현재보다 저 강한 대책을 내놓겠다는 ‘경고’도 날렸다.
국토교통부는 20일 올해 주거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주거종합계획은 국민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 시장을 개편하기 위한 주거정책을 모아놓은 정책 액션플랜이다. 올해 주거종합계획은 ‘집 걱정 없는 삶, 공정한 시장질서, 편안한 주거환경’을 목표 아래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시장을 만들고 안정세를 유지하는 정책 기조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짜여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장 안정화’를 최우선 가치로 삼은 것이다.
국토부는 최근 모처럼 만에 시장 안정세가 지속하고 있는 만큼 정책 기조를 강화해 쐐기를 박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하반기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서울 등 일부 지역의 주택시장으로 재유입되면서 국지적 과열이 발생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12·16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주택 가격이 지난 3월 3주차까지 보합으로 전환되고, 3월 5주차부터는 하락세에 접어드는 등 시장이 빠르게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 다만 일부 지역의 국지적 상승세가 여전히 남아 있어 안정기조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국토부는 주거 사각지대 해소, 주택시장 안정,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 확립, 편안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을 담아 주거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우선 주택시장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해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선제적이고 즉각적으로 추가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용산 정비창 개발사업과 같이 국지적 과열세를 부추길 수 있는 개발사업은 실거래 집중조사를 통해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주택 공급 확대에도 집중한다. 도심 내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고 수도권 30만채 공급 시점을 앞당길 예정이다. 또 올해에만 21만채에 달하는 공공주택 공급에도 나선다. 공공임대주택 14만1000채, 공공지원임대주택 4만채, 공공분양 2만9000채 등 21만채의 공적임대주택을 올해 안으로 공급하는게 목표다.
다만 국토부는 이런 공급책이 경기 부양의 수단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는 “주택 정책을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원칙을 따르겠다. 실수요자 보호, 투기수요 근절, 양질의 주택공급 확충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과열세가 나타나면 더 강항 추가대책은 내놓겠다”는 엄포도 놨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오는 9월부터 재개발사업의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20% 이상으로 확대한다. 현재 수도권 재개발 단지의 전체 주택 대비 임대 비율은 서울이 10∼15%, 경기·인천 5∼15%다. 또 재개발·재건축 입찰 공정성 확보를 위해 분양가 보장 등 시공과 관계없는 제안을 못하도록 하는 등의 처벌 기준을 연말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입찰과정에서 과열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는 ‘입찰보증금’에 대한 기준도 오는 9월까지 제시한다.
다만 국토부는 올해 주거종합계획에 공시가격 제도에 대한 감사원의 지적사항 및 향후 개선책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전날 정부가 표준 주택 공시 가격을 산정하면서 ‘용도 지역’ 등 가격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빼거나 잘못 반영해 공시가격을 계산했다는 내용의 감사결과를 발표한바 있다(국민일보 2020년 3월24일자 1면 ‘주택 공시가격 요인 오류 작년 18만8000건 넘어’ 기사 참조). 이로 인해 해당 지역의 일부 공시가격이 잘못 책정돼 제도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국토부는 주거종합계획에 “일관된 공시가격 현실화로 공시제도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강화하겠다. 올해 10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수립하고 내년 이후 공시는 현실화율 제고와 함께 공시가격 균형성을 근본적으로 높이겠다”는 식의 애매한 계획만 담았다. 기술적인 결함과 국토부의 미흡한 제도 운영으로 부동산 공시제도의 신뢰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에 대한 대응책이 주거종합계획에 담기지 않은 것이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