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코로나 앙금 심화…미국인 41% “중국산 제품 안사겠다”

입력 2020-05-20 16:28 수정 2020-05-20 16:3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미국과 중국 소비자 사이에서 상대국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도이체방크 빅데이터 플랫폼(dbDIG)의 최근 조사 결과 미국인의 41%, 중국인의 35%가 상대국 제품을 사지 않겠다고 답했다.

도이체방크 관계자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완전히 상대국 제품을 거부할 준비가 돼 있지는 않다”면서도 “양국이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상업적 국수주의가 부상하고 세계화에 대한 혐오가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양국 국민의 반감이 고조되고 있고, 정치인들이 이를 잘 알고 있다”며 “올해엔 미국 대선이 있어 문제가 더 복잡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을 6개월 가량 앞두고 코로나19에 대한 자국의 대처와 경제적 피해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 전염병 대유행의 중국 책임론을 부각시키며 계속 중국에 대한 신뢰를 깎아 내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등의 대중국 발언으로 인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인의 불신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컨설팅회사인 FTI컨설팅이 실시한 미국 소비자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8%가 중국 밖으로 제조시설을 옮기는 기업의 제품 구매를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응답자의 55%는 중국이 지난 1월 체결된 미·중 1단계 합의 당시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한 약속을 신뢰할 수 없다고 답했다.
양회를 앞두고 중국 천안문에서 삼엄한 통제를 하는 중국 경찰.AP연합뉴스

게다가 중국은 2001년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세계무역기구(WHO)에 가입한 뒤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지만, 지금은 국내 생산비용 상승과 미·중 무역전쟁,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산에 대한 과도한 의존 문제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고 SCMP는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의료기기와 의약품, 의료물품 제조 기술에서 과도하게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따라서 각국 기업들은 정부와 주주로부터 부품 공급망을 국산화해 향후 대외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고, 국산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는 국수주의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이 강력한 안보를 내세워 국방예산을 늘리고, 국수주의적 지원을 하는 것도 자국 기업들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술만 칸 미국 터프츠대학 교수는 “중국은 강력한 국방 예산을 원하겠지만, 국방에 돈을 너무 많이 쓰면 나머지 경제를 희생시키면서 국가 전체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국 기업들을 지원하는 국수주의적 행태는 역효과를 내 중국 정부에 대한 분노로 되돌아 갈 수 있다”며 “국수주의는 한번 사람들 뇌리에 박히면 되돌리기 힘들어 위험하고, 그 후폭풍이 언제 올지 예측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