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염경엽(52) 감독은 2020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국내 스포츠채널로 방송된 화상 미디어데이에서 10개 팀 사령탑들 가운데 가장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두 가지 플랜(계획)을 준비했다. 첫 번째는 성적, 두 번째는 팀의 미래를 위한 육성이다. 이 플랜들을 가지고 지난해 11월부터 선수들과 열심히 준비했다.”
올 시즌에 처음으로 지휘권을 잡은 일부 신임 사령탑을 제외한 다른 팀 감독들이 ‘우승’이나 ‘가을야구’를 말할 때 염 감독은 당장 눈앞에 다가온 페넌트레이스를 바라봤고, 포스트시즌까지 6개월을 달려야 하는 긴 여정에서 선수를 육성해 내구력을 키우겠다는 팀의 미래까지 설계했다.
‘성적과 육성.’ 염 감독의 올 시즌 계획은 투트랙으로 설명된다. 그중 하나가 시즌 초반부터 붕괴됐다.
SK는 올 시즌 10개 팀 중 가장 먼저 두 자릿수 패배를 당했다. KBO리그 2주차 마지막 날인 지난 1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리그 선두 NC 다이노스에 5대 11로 완패를 당하고 10패를 찍었다. 이미 개막 이튿날인 지난 6일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에서 5대 2로 승리한 뒤부터 단 1승도 수확하지 못하던 차였다. 창단 첫해인 2000년 6월 23일부터 7월 5일까지 팀 사상 최다이자 두 번 다시 되돌리고 싶지 않은 기록으로 남은 11연패의 어두운 그림자가 염 감독에게 드리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38년사에서 처음으로 연기된 KBO리그는 지난 5일에 개막하고 한 달도 넘기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염 감독의 거취가 야구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결국 KBO리그를 미국으로 생중계하는 ESPN이 염 감독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ESPN은 지난 18일 KBO리그 3주차 파워랭킹을 발표하면서 SK를 최하위로 평가하고 “난장판이 됐다. 염 감독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거취에 대한 불확실성을 주장했다.
아직 시즌 초반인 만큼 페넌트레이스 완주 성적을 예단할 수 없지만, SK의 하위권 체류가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이견을 달기 어렵다. SK는 지난 시즌 에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앙헬 산체스(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모두 이적하면서 마운드가 약화됐고, 오랫동안 타선의 중심을 잡아온 베테랑 최정이 1할대 빈타에 시달리면서 팀의 전력을 끌어올릴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성적 부진에 따른 염 감독의 투트랙 붕괴는 선수단의 멘털(정신력)도 흔들고 있다. 실책, 혹은 그에 준하는 미흡한 수비로 실점하는 경우가 많다. 키움과 원정 3연전을 시작한 지난 19일 경기를 보면, SK는 1회말 수비에서 야수선택으로 빼앗긴 선제점을 시작으로 연이어 잔루를 허용하면서 아웃카운트를 모두 잡을 때까지 6점이나 빼앗겼다.
염 감독의 투트랙에서 나머지 하나의 전략인 선수 육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2000년생 2루주 김창평과 상대적으로 경험 있는 유격수 정현으로 구성된 ‘키스톤 콤비’는 아직 완전한 호흡을 보여주지 못했고, 김주온 등 20대 불펜의 갈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염 감독은 지금의 부진을 ‘성장통’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당장 꼴찌로 추락한 팀의 현실에서 다가오지 않은 미래는 공허하기만 하다.
염 감독은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과 2차전을 앞두고 만난 기자들에게 “선수들이 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 선수들은 뭔가 해내려 하는데, 잘 맞지 않고 있다”며 “어떤 말도 핑계밖에 되지 않는다. 감독으로서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 그동안 말했던 것처럼 준비해 온 대로 한 경기, 한 경기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