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를 각색한 동명 미국 드라마가 첫 방송에 330만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일단 화제 몰이는 성공했지만, 현지의 평은 엇갈렸다.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혹평이 많은 반면, “서스펜스 가득한 결과물”이라는 호평도 나왔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지난 17일 처음 방송된 드라마 ‘설국열차’를 본 시청자 수는 330만명이었다. 이는 2018년 방송된 ‘에일리어니스트’ 이후 TNT에서 가장 높은 기록으로, TNT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가장 많이 시청된 콘텐츠 정상에 올랐다.
드라마는 영화 ‘설국열차’를 만든 봉준호 감독과 제작자 박찬욱 감독, 투자ㆍ배급사 CJ ENM을 이끄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등이 드라마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하면서 국내에서도 관심이 뜨거웠다.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의 스콧 데릭슨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도 기대에 불을 지폈다.
드라마 얼개는 영화와 비슷하다. 환경문제로 얼어붙은 지구를 배경으로 마지막 인류를 태우고 7년째 달리는 열차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어느 날 열차 안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일 마지막 칸(꼬리 칸)에 있는 한 남자는 인류의 생존이 걸린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달리는 열차는 사회의 작은 은유이기도 하다. 열차는 1001개의 칸으로 구분돼 있다. 사람들은 맨 앞칸부터 꼬리 칸까지 계급에 따라 다른 곳에서 살아간다. 칸마다 환경도 다 다른데, 다음 칸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영화 ‘기생충’과 유사하게 사회의 계급적 폐쇄성을 그리는 작품인 셈이다. 드라마에는 제니퍼 코넬리, 다비드 디그스, 앨리슨 라이트, 믹키 섬너, 수잔 박, 이도 골드버거, 케이티 맥기니스, 레나 홀, 애너리즈 바쏘, 샘 오토 등이 출연했다.
묵직한 주제의식을 담아낸 이 작품을 바라보는 해외 평론가들과 매체의 평은 엇갈렸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제작사가 바뀌고 파일럿 대본을 다시 쓰는 등 지난한 과정을 거친 작품치고는 괜찮다”며 “서스펜스가 가득하고, 흡인력 강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CNN은 “거창한 아이디어와 달리 서사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제작과정의 우여곡절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듯한 방송이었다”고 지적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영화의 팬이라면 다소 실망스러울 것”이라면서도 “단점이 많지만 탄탄한 제작진 덕에 그럭저럭 볼만하다”고 썼다.
아직 에피소드 초반부라 서사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평가가 달라질 가능성도 크다. 국내에서는 25일부터 매주 한편씩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제작사는 시즌2 제작을 이미 확정지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