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개그맨 김용명은 자리에 앉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KBS ‘개그콘서트’가 사실상 폐지된다는 소식에 내내 속상하다고 했다. 안 그래도 공개 코미디의 산증인인 그에게 지금의 위기를 물어보려던 참이었다. 김용명은 17년 전 SBS ‘웃찾사’로 데뷔해 지금은 tvN ‘코미디 빅리그’ 최고참이 됐다. “개그맨이 관객의 웃음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건 영광이에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중 없이 코빅 녹화를 하고 있어서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개콘 폐지 위기 소식까지 들으니 하니 참 씁쓸해요”.
공개 코미디에 대한 애착은 대단했다. 올해 41세인 김용명은 “쟤가 아직도 공개 코미디에 나온다고?”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누군가를 웃길 때 희열을 느꼈고 그래서 무대를 사랑했다. 관객과 눈을 맞추고 웃음소리를 들으면 그제야 살아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시대는 급변했다. 스마트폰 대중화와 OTT 플랫폼 확장이 맞물리면서 콘텐츠 소비 패턴이 변화했다.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자극을 주는 숏폼(Short-form) 콘텐츠 등이 발달하면서 유튜버나 BJ가 제공하는 날 것의 콘텐츠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시청자는 짜인 상황보다 자연스러움을 요구하게 됐다. 이런 변화는 리얼 버라이어티를 부흥하게 했고 공개 코미디에는 악재로 다가왔다. 김용명의 고향인 웃찾사와 MBC ‘개그야’는 일찌감치 종영했고, 남은 건 개콘과 코빅 뿐이었다. 김용명은 “코빅과 개콘은 경쟁 상대 아니냐고 하는데 선의의 경쟁”이라며 “우린 다 친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개 코미디 위기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중”이라며 “개그맨들이 같이 고민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개콘은 1999년 9월 4일 첫 방송한 후 2003년에는 시청률 30%대를 기록했다.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정해진 코너 안에서 상황만 바뀌는 웃음코드를 시청자는 식상하게 여겼지만 돌파구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매너리즘에 빠진 개콘은 끝내 사실상 폐지됐다. 김용명은 “여러 공개 코미디의 대표 코너는 시사 풍자였지만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며 “지금의 시청자는 TV를 보는 동안 만큼이라도 휴식을 취하고 싶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문제는 신인 개그맨들의 생계다. 김용명은 “일자리가 전혀 없는 후배가 많다”며 “개콘을 공개 코미디의 상징처럼 유지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있다. 후배들은 분명 난관을 이겨냈을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이 여러 시도를 하길 바랐다. 현재 그는 후배 개그맨과 ‘띠동갑’이라는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김용명은 “다양한 콘텐츠를 여러 통로로 선보일 수 있는 건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시대적 변화와 공개 코미디 무대가 공존할 수 있도록 더 연구해보겠다”고 전했다.
김용명의 이런 고민은 지금까지 예능판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동력이었다. 언어유희를 바탕으로 하는 김용명식 개그는 얼마 전 MBC ‘놀면 뭐하니’ 게스트 출연 이후 폭발했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바짝 끌어올리면서 최근 유명 음료 광고도 찍었다. 그는 “요새는 아내 표정이 좋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용명은 인터뷰를 마치고 코빅 리허설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관객이 없는 공연장을 말했다. 그는 “관객이 있어야 비로소 공개 코미디가 완성된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