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직격탄을 맞은 구단들이 직원을 해고하는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스페인 프로축구에 이르기까지, 종목을 떠나 구단들의 재정 상황이 하나같이 휘청거리고 있어서다. 해외 프로스포츠 리그들이 당장 6~7월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발생하고 있는 악재다.
7월 개막을 추진하고 있는 메이저리그에선 구단의 프런트 직원 해고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AP통신은 20일(한국시간)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가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6월 1일자로 직원들을 임시 해고한다”며 “해고는 스카우트팀, 육성지원팀, 마이너리그 직원 등 프런트 전 부문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수익 감소에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위험 탓에 중단된 리그 개막일도 아직 정해지지 못한 가운데, 재개되더라도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질 수밖에 없어 구단은 티켓과 식음료 판매 수익도 거둬들일 수 없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이런 경기장 내부 수익으로 전체 수익의 39%를 충당한다. 구단의 평소 재정 상황에 따라 구단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사무국·구단과 선수노조가 선수 연봉의 추가 삭감을 두고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유다.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에인절스도 이에 칼을 빼들었다. 이날 에인절스는 성명을 발표하고 “우리는 임시 해고란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임시 해고한 직원에게 연말까지는 구단 의료 지원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시 해고된 직원들의 복직 가능성은 성명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해고는 비단 에인절스만의 일은 아니다. AP통신에 따르면 탬파베이 레이스에선 이미 임시 해고가 시작됐다. 신시내티 레즈와 마이애미 말린스도 현재 임시 해고를 검토 중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구단들이 어쩔 수 없이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6월 12일 재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스페인 프로축구 구단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특히 재정 규모가 영세한 세군다 디비시온(2부리그)에 속한 구단들은 더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직원에 선수까지 정리 해고 대상에 포함시킨 구단도 나오고 있다.
말라가 구단은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19일부터 대대적인 정리해고에 들어간다. 고용 계약을 해지하거나 정지하기 위한 서류를 제출하기로 했다”며 “코로나19 상황에 구단 영속성을 확보하기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스페인 프로축구 구단 중 대규모 정리 해고가 이뤄진 건 말라가가 처음이다. 말라가의 구단주는 흔히 ‘거부’라고 일컬어지는 카타르 왕족 출신인 셰이크 압둘라 알타니다. 하지만 말라가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축 상황을 피해가진 못했다. 고작 2년 전까지만 해도 1부리그에 있었고, 그보다 더 전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까지 출전하던 말라가에겐 다소 가혹한 상황이다.
앞서 세군다 디비시온의 엘체도 직원을 임시 해고하고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급여를 70% 삭감한 바 있다. 이후 구단이 훈련을 재개하자 선수들이 항의하며 훈련을 보이콧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직원 임시 해고 조치는 해제됐지만 삭감된 급여에 대해 추가적인 논의가 없었던 게 선수들의 반발심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