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179명 죽어도…‘트럼프 그약’ 먹이란 브라질대통령

입력 2020-05-20 11:11
지난 13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공동묘지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한 시신이 매장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보건부 장관이 잇따라 사임하며 콘트롤타워가 실종된 브라질에서 하루 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처음으로 1000명을 돌파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여전히 말라리아치료제를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하도록 압박하며 보건·의학계와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브라질 보건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망자는 전날보다 1179명 늘어난 1만797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17일 브라질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 이후 하루 새 1000명 이상 숨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루 만에 1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나라는 미국·영국·프랑스·중국에 이어 브라질이 다섯 번째다.

브라질은 사망자뿐만 아니라 확진자 증가도 비상이다. 브라질 코로나10 확진자는 전날보다 1만7408명 증가해 27만1628명이 됐다. 브라질의 누적 확진자 수는 미국·러시아에 이어 세계 3번째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EPA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묘지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희생자 등의 시신을 담을 관을 옮기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문제는 이러한 코로나19 확산세가 콘트롤타워의 부재 속에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브라질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치료하는 데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사용하도록 압박해 보건부 장관과 갈등을 빚어왔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주일째 먹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옹호한 바로 그 약이다.

지난달 16일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 장관이 이에 반대해 사임한 데 이어 후임으로 온 네우손 타이시 장관 역시 비슷한 이유로 직을 내려놨다. 현재 군 장성 출신인 에두아르두 파주엘루 차관이 장관 대행을 맡았지만, 전문가가 아닌 탓에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새 보건부 장관 후보로 꼽히는 니지야 마구시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 확대에 찬성하지만, 이 약물은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고 심혈관계 부작용까지 우려된다.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뉴시스

이에 브라질 의사들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 압박이 의학적 판단을 벗어나고 있다며 “보건 문제에까지 정치 논리가 개입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브라질 집중치료의학협회와 브라질 감염병학회 등 의학 단체들은 이날 반대 성명을 내며 “코로나19 환자에게 클로로퀸이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여해도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발했다.

그런데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사회적 격리를 완화하고 코로나19 환자들에게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하는 상황이다. 애꿎은 브라질 국민들의 고통만 배가 되는 셈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