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로나 예방’ 말라리아약 복용에 의료계 “미친짓”

입력 2020-05-20 00:1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사진)과 그가 복용하고 있다고 밝힌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AFP,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매일 복용하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탄 발언에 의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마다 진행하는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예방 차원에서 다른 약과 함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약은 수십년 전부터 말라리아 치료제로 승인받은 약물로 일부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사용된다. 학계에서는 “그간의 연구결과를 종합해볼 때 코로나19에 대한 이 약의 효과는 제한적이며, 투약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해 환자에게 이를 예방 목적으로 처방하지 말라”고 강력 권고하고 있다.

이 약은 심장박동이나 망막 관련 안구 질환, 간 또는 신장에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스꺼움이나 설사, 감정 기복, 피부 발진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류머티즘 관절염, 루푸스 등 자가면역 질환 환자들이 복용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데이비드 유어링크 토론토대 임상약학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을 두고 “미친 짓”이라며 “부작용이 없을 때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일갈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이 약을 코로나19에 대한 잠재적 치료제로 언급한 이후 품귀 사태가 시작됐는데, 이번 언급으로 또다시 사재기 현상이 일어날 것을 걱정했다. 일각에서는 환자들이 이 약을 비롯해 길리어드사의 렘데시비르와 같이 아직 실험 단계에 있는 약물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혹시라도 이 약을 복용할 경우, 온라인 등 불분명한 경로를 통해 약물을 구매하지 말고, 의료진과 병력 및 복용 중인 약물에 대해 상의를 거치라”고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 발언을 놓고 ‘우군’으로 통하는 폭스뉴스마저 비판을 쏟아냈다. 폭스뉴스의 의료뉴스 수석 편집자인 매니 알베레즈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비난했고, 폭스뉴스 앵커인 닐 카부토도 “트럼프 대통령이 ‘잃을 게 뭐가 있었나’라고 할 때 특정한 취약계층은 잃을 게 한 가지가 있다. 그건 그들의 생명”이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