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예~ 예! 좋아! 좋아! 좋아! 오케이! 오케이! 가자! 동! 동! 동! 동! 동!”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가 2020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 첫 번째 맞대결을 펼친 19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 1회초부터 타자 일순한 NC의 9번 타자 권희동이 타석으로 들어서자 환호성의 데시벨이 높아졌다. NC 선수단의 3루 방향 더그아웃에서였다.
응원단과 동행하지 않는 원정경기인 탓일까. 아니면 올 시즌 초반부터 맹렬하게 선두를 질주하는 자신감에서였을까. 1루 방향 더그아웃에 있는 두산 선수들도 간간이 그라운드의 동료들을 응원했지만 NC 더그아웃과 비교하면 차분하게 보일 정도였다. NC 선수단은 환호성과 박수로 홈팀 두산 응원단의 노래와 북소리에 맞섰다.
NC 선수단의 이런 환호성은 타석이나 마운드에 있는 동료에게 힘을 불어넣는 한편, 오른손 투수여서 와인드업 직전에 3루 더그아웃을 바라봐야 하는 두산 선발투수 이영하에게 부담감을 안기는 효과도 기대할 만 했다. 그러나 양 방향 더그아웃에서 상대팀을 향한 야유는 나오지 않았다.
더그아웃의 환호성은 지난해까지의 경기들과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무관중 경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KBO리그는 코로나19 억제를 위한 무관중 생중계로 진행되면서 관중의 함성을 아직 장내로 들이지 못하고 있다.
경기장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소리는 치어리더의 응원가와 북소리, 장내 아나운서의 선수 소개와 안내방송, 공이 미트로 빨려들거나 방망이에 맞는 타격음, 심판의 판정 구호, 그라운드에서 소곤소곤 오가는 대화, 이 틈에 들려오는 사진기자 카메라의 셔터음을 빼면 더그아웃의 환호성뿐이다. 2003년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 10연승에 이어 프로야구 38년사에서 사상 두 번째로 빠르게 두 자릿수 승리를 수확한 NC 선수단의 기세는 더그아웃의 환호성을 통해서도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NC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무관중의 적막을 깨는 환호성으로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 넣고 있다”며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내고 있는 상대팀 선수를 향해 야유하지 않는다고 선수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합의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NC는 지난 시즌 KBO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챔피언이자 올 시즌 우승후보로 평가되는 두산과 첫 맞대결을 5대 4로 승리해 11승(1패)을 수확했다. 여전히 선두는 NC다. 승률은 0.917로 상승했다. 마운드만큼의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NC 타선도 팀 평균자책점 하위권으로 처진 두산 투수진을 상대한 이날만은 초반부터 화력을 뿜어냈다.
NC는 박민우의 첫 타석 2루타로 시작된 1회초 공격에서 9번 타자 권희동까지 타자 일순하며 3점을 쓸어 담았다. 이영하는 1회에만 44개의 공을 던졌다. 처음부터 많은 힘을 뺀 이영하는 2회 첫 타석에서 다시 만난 박민우에게 볼넷으로 출루를 허용했고, 이어진 1사 2·3루 때 NC 5번 타자 박석민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가로 빼앗겼다. 이때 홈으로 들어온 NC 3루 주자도 박민우다.
연속 이닝 득점이 끝난 3회부터 NC 더그아웃의 환호성은 점차 잦아들었다. 양 방향 더그아웃에서 틈틈이 격려의 구호와 박수소리만 들려왔다. 하지만 7회부터 NC 더그아웃의 환호성은 다시 높아졌다. 그 환호성에 힘입어 권희동은 1사 1·2루 때 우전 적시타로 승부를 갈랐다.
두산 더그아웃의 선수들도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오케이, 오케이” “좋아, 좋아”를 외치며 분위기를 고조했다. 7~8회말 공격 때 각각 2점씩을 뽑아 뒤늦은 추격도 펼쳤다. 하지만 힘이 부족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