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북한 평양의 쌀값이 지난해에 비해 25% 넘게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쌀값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20일 대북 소식통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평양 쌀값은 1㎏당 5050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26% 증가했다. 특히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차단을 이유로 중국과의 국경을 봉쇄한 지난 2월 평양의 쌀값은 직전달과 비교해 약 31% 뛰었다.
최근 평양 쌀 가격의 가파른 인상은 북·중 국경 폐쇄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1월 말 전 세계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하고 국경과 공항, 항만 등을 전면 폐쇄했다. 바이러스에 ‘뚫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으로 문을 걸어 잠근 것이 쌀값 인상이라는 부작용을 낳은 것이다.
쌀값 상승 등 코로나19로 인한 북한의 경제난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지난 1분기 북·중 무역규모는 55% 감소한 2억3000만달러였다”며 “국경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북한의 경제난이 가중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경제 악화를 계기로 조만간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변수로 경제난이 가중됨에 따라 북한이 우리 정부의 남북협력 제안에 조만간 호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는 노동당 창건 75주년이자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종료되는 해로써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김 위원장이 우리 정부가 제안한 협력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 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나가자”며 방역 협력 등을 재차 제안했다. 방역·보건 협력을 계기로 대북 개별관광 등 유엔 안보리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사업을 진행하자는 얘기다.
다만 북한은 우리 정부 제안에 호응하지 않으며 연일 ‘자력갱생’을 독려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17일 ‘정면 돌파전에 떨쳐나선 우리 인민의 신념’이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우리 인민은 시련이 중첩된다고 해 겁을 먹거나 밥 한술 더 뜨겠다고 혁명적 원칙에서 탈선할 나약한 인민이 아니다”며 “경제건설의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화려한 변신을 바라며 지금껏 목숨처럼 지켜온 존엄을 팔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고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로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극복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