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 거리 두면 악기 불어도 코로나 전파 안돼”

입력 2020-05-19 20:38 수정 2020-05-19 23:35
빈필 홈페이지 캡처

무대 위 연주자 간 거리를 1m 두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이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오스트리아의 세계적인 명문 악단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빈필)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실험결과를 19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코로나19 여파 속 공연의 지속가능성을 파악해 악단의 연주력을 장기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진행된 실험이었다. 빈필은 오케스트라 소속 연주자의 코안에 작은 탐침을 넣고 호흡 시 에어로졸이 분산되는 정도를 관찰했다. 탐침으로 식염수를 공급해 연주자가 숨을 쉴 때 미세한 안개가 생성되도록 했다.

실험 결과 연주 안하는 상태에서는 입과 코 주위에 최대 50㎝ 크기의 안개구름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관악기를 연주할 때에는 안개구름의 크기가 75㎝까지 커졌다. 빈필은 이를 통해 연주 시에는 에어로졸이 80㎝ 이상 퍼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빈필 관계자는 “우리는 멀리 떨어져서 혼자 보면대 앞에 앉아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결과를 보건부와 대중에게 기꺼이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에어로졸 전파에 대해서는 그동안 다양한 실험 결과가 나와 있다. 그동안 미국과 독일 등은 에어로졸이 폐쇄공간에서 전파될 수 있는 6피트(1.8m)를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으로 정했으며, 한국과 호주 등에서는 1.5m를 권장해 왔다. 따라서 빈필의 이번 실험 결과는 기존 권장 기준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치다. 보건당국의 거리두기 지침에 대한 완화를 요구하면서 극장 재개에 따른 관객 및 예술가들의 불안함을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동안 오스트리아 예술계는 소매업·관광·스포츠·교육뿐 아니라 코로나19로 봉쇄된 예술계를 살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해왔다. 이에 정부는 관객 간 거리를 최소 1m 유지하는 조건으로 5월 말부터 관객이 100명 이하인 공연 개최를 허용했고, 7월에는 250명 이하, 8월에는 1000명 이하의 공연을 열도록 허용했다.

그런데, 공연 재개를 준비중인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유럽에서는 객석만이 아니라 무대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합창단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빈필의 실험에 따라 1m로 기준을 삼는다고 해도 교향곡이나 오페라 등 연주자가 많이 나오는 공연은 열 수 없다. 현재로서는 공연이 재개되어도 감염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실내악이나 리사이틀 등 소규모 공연 정도가 가능하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