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아이러니…美아시아계, 코로나 사망률 가장 낮았다

입력 2020-05-20 00:20
18일(현지시간) 뉴욕시 주택청(NYCHA) 그랜트 하우스 밖에 사람들이 식량배급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내 유색인종 집단 중 아시아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률과 사망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뉴욕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으로 아시아계 집단의 코로나19 감염률과 사망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유색인종 가운데 아시아계 비율은 인구 10만명당 122명으로 흑인(265명), 히스패닉(259명) 등보다 훨씬 낮은 것은 물론이고 백인(130명)보다 낮았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아시아계가 모든 인종 집단 중 가장 낮은 코로나19 감염률을 보였으며, 사망률은 백인보다 약간 높았다.

전문가들은 아시아계가 코로나19에 잘 걸리지 않는 요인 중 하나로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을 꼽았다.

차이나타운에 거주하는 중국계 미국인 등은 위챗 등 메신저를 통해 중국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코로나19 확산 소식을 일찍이 접해 외출을 자제하는 등 조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더군다나 17년 전인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을 경험했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이 강했던 영향도 컸다.

또한 미국인보다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 일찍부터 마스크를 쓰기 시작해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는 데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인식으로 아시아계 대한 인종차별적 공격이 이어지자 아시아계 스스로 사회적 접촉을 줄인 것도 역설적이지만 도움이 됐다는 해석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도미노 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에서 잔디밭에 표시된 동그라미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흑인, 히스패닉 등 다른 인종 집단보다 아시아계가 상대적으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의료보험 가입률이 높으며, 불법 이민자가 아닌 합법적인 체류자가 많아 의료기관 방문을 쉽게 할 수 있었던 것도 이유로 꼽혔다.

뉴욕시립대 반 트란 교수는 “아시아계는 코로나19 발병 초기 중국 내 소식을 듣고 경각심을 가졌다”며 “코로나19 확산 후 차이나타운 등에 미국인의 발길이 끊긴 것도 결과적으로는 아시아계의 코로나19 감염사례를 감소시키는데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