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치고 나간 코로나 백신시장…진짜 ‘게임 체인저’ 이것?

입력 2020-05-20 00:05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의 한 연구소에서 진행된 모더나의 1차 임상시험에서 참가자가 백신 후보물질을 투여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바이오 업체 모더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1단계 임상시험 결과를 세계 최초로 공개한 가운데 치료제 개발을 위한 각국 기업과 대학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르면 올해 말 대중적으로 쓰이는 백신이 보급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까지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든 기업과 대학은 전 세계 수십 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모더나, 이노비오, 제약사 화이자-독일 생명공학사 바이오엔테크, 중국 칸시노, 영국 옥스퍼드대·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인체 시험에 돌입했다.

3단계 인체 시험을 마친 뒤 안전성 검사와 인허가 과정을 거치면 상품화의 길이 열린다. 보통 백신 개발에는 5∼10년이 걸리지만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상용화까지의 절차가 단축될 가능성이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1단계 임상시험 결과를 세계 최초로 공개한 미국 바이오업체 모더나. 사진은 메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있는 모더나 본사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올해내 백신 성공” 자신만만한 선두그룹 3인방

가장 선두에 선 곳은 모더나다.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와 협력해 백신을 개발 중인 모더나는 지난 18일 코로나19 백신 후보(mRNA-1273)에 대한 임상 시험에서 45명 전원에게 항체가 형성됐다고 발표해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조만간 600명을 대상으로 2상 시험을 하고, 오는 7월 수천 명을 대상으로 3상 시험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2차 임상시험에는 1차와 달리 코로나19에 취약한 55세 이상 연령층이 절반가량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 잭스 모더나 최고의료책임자는 “이들 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까지는 광범위한 용도의 백신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모너나에 대한 희망적 예측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전략과 맞물려있다는 점을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만든 백신 TF의 수석 과학자가 모더나의 주요 투자자이자 모더나 이사회 멤버라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 이노비오의 개발 속도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4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한 이노비오는 올여름쯤 고령자를 포함한 100여명 규모로 2단계 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노비오는 다음달 말쯤 1단계 임상에 대한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옥스퍼드대가 다국적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협력해 개발 중인 백신은 원숭이 등 동물시험에서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고,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대학 측은 지난달부터 건장한 성인 1102명을 대상으로 1∼2단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차질 없이 개발될 경우 오는 9월 당국의 긴급 승인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달 8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 있는 '더 센터 포 파마슈티컬 리서치'에서 한 임상 시험 참가자가 이노비오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주사로 투여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뒤쫓는 중국과 미·독 연합군

코로나19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에서도 백신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제약사 칸시노 바이오로직스는 중국 인민해방군 군사과학원 군사의학연구원·베이징생물 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지난달 초 이미 1차 임상시험을 마치고, 2단계 시험에 들어갔다. 최근 환구시보 보도에 따르면 이 연구는 캐나다 당국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시노박 바이오텍의 경우 지난달 논문 사전 출판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동물실험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확인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인체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 미국의 화이자도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손잡고 지난 4일부터 백신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화이자는 임상시험에서 안전성이 확보되면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오는 9월부터 비상용 백신 주사제를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화이자 측은 “2021년에는 한 해 수억 개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론은 위험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대니얼 새몬 존스홉킨스대 백신안전연구소 소장은 워싱턴 포스트에 “(모더나의 발표는) 희소식이고 앞으로 진전시킬 가치가 있다”면서도 “역사적으로 보면 수많은 백신이 1단계에서 좋아 보였지만 좋은 제품으로 나오지 못했다”고 했다. 바니 그레이엄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백신연구센터 박사도 “이건 임상 작업의 시작일 뿐”이라는 조심스러운 분석을 내놓았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