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기부금 수입과 용처에 대한 불성실한 공시로 회계부정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가 사회적기업으로부터 수천만원대의 기부를 받고도 이를 공시하지 않은 사실이 또 드러났다.
1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대협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관련한 액세서리 등을 판매해 정대협에 기부해 온 사회적기업 마리몬드로부터 2015년과 2016년 각각 353만원과 1460만원을 기부받았다. 이는 마리몬드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다.
하지만 당해 정대협의 국세청 공시에는 기업과 단체로부터의 기부금 수입액이 ‘0원’으로 기재돼 있다. 장부상으로는 기부한 기업은 있는데, 기부받은 단체가 없어진 상황인 것이다.
또 마리몬드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6억5400만원을 기부했다고 홈페이지에 공개했는데, 정작 정대협의 공시에는 2018년 1억885만원만 기부받은 것으로 돼 있었다. 기부받은 총액의 83% 정도가 누락된 셈이다.
공시 과정에서 벌어진 회계상의 실수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사회적기업이 기부한 5억여원의 기부금의 대부분이 정대협 장부에선 증발된 셈이다.
마리몬드 기부금 외에도 정대협의 부실 회계 의혹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경제민주주의21 대표인 김경율 회계사는 이날 정대협의 2017년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를 분석한 결과 4300여만원의 공시 누락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2017년 기부금 등 총 수입과 전년도에서 이월된 현금성 자산을 합친 금액과 2017년 사업비 등 총 지출 금액의 차이(잔액)가 7183만원이어야 하는데, 정대협은 이를 2872만원으로 고시했다. 이런 식으로 누락된 금액이 지난 5년간 2억6000여만원에 달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지적이다.
이뿐 아니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이사진 등재 관련 공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의연 국세청 공시에는 따르면 정의연에는 김모와 윤모 전 마리몬드 대표가 이사로 등록돼 있다. 마리몬드는 정의연의 출연법인이기 때문에 이사진 등재 때 양측의 관계를 기록해야 하나, 정의연은 ‘관계없음’으로 공시했다.
한 세무사는 “출연기업의 대표가 이사로 등록할 때 출연법인 관계가 있음에도 없다고 기재한 것은 불성실 공시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이에대에 “회계 부분은 공시오류 등이 있어 이를 전제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외부 회계감사를 받고자 절차를 진행 중이니 기다려달라”고 답했다.
정의연에는 앞으로도 쉼터 운영비로 매년 3000만원의 예산이 지급될 예정이다. 법에 근거한 지원금이어서 정부가 쉼터 지원을 중단하지 않는 한 쉼터 운영자인 정의연에 자동으로 예산이 배정되는 형태다.
2018년 7월 출범한 정의연은 그해 하반기부터 전신인 정대협 명의로 연 3000만원의 ‘위안부 피해자 보호시설 운영비’를 여성가족부로부터 지원받았다. 정의연 관계자는 “쉼터 운영비 지원은 위안부 피해자 지원법에 따라 제공되는 것”이라며 “법에 근거해 매년 지원받기 때문에 올해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대협 명의로 국고보조금을 받은 정의연은 지난해 정의연 명의로 여가부의 ‘위안부 피해자 건강치료 및 맞춤형 지원사업’도 위탁받아 6억여원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해당 사업은 작년부터 정의연이 맡기 시작했고, 올해도 정의연이 선정돼 예산 5억1500여만원이 지급된다.
정우진 김영선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