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 사건’ 법적 조치” 강경 대응 나선 축구계

입력 2020-05-19 17:21 수정 2020-05-19 22:35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 설치된 FC 서울 응원 현수막.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에서 벌어진 이른바 ‘리얼돌 사건’을 둘러싸고 국내 축구계가 대응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뒤 세계 축구계에서 드물게 모범적으로 리그를 재개했던 K리그의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이 미친 만큼 강경한 조치가 예상된다.

이번 사건 당사자인 FC 서울 관계자는 19일 “구단 법무팀에서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업체 대표가 구단 측에 거짓말을 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자체 조사 결과 밝혀졌다”며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서울 구단 측은 사태 확산을 우려해 당분간 공식 입장문을 내지는 않을 분위기다.

업체가 서울 구단에 저지른 손해는 한두 개가 아니다. 일단 무단으로 구단의 허락 없이 업체·상품명이 들어간 팻말과 머리띠 등을 사용한 점부터 문제다. 서울 관계자는 “(규정상) K리그 관중석에 광고물을 설치하려면 구단은 물론 관리주체인 서울시설공단에 신고해야 한다”며 “전혀 그런 요구가 없었다. 자신들은 순수하다며 기부 형식으로 돕는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구단과 동석한 기자회견에서 “성인용품 업체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속인 점 역시 다분히 악의적이다.

서울 구단에 따르면 업체 측에서는 아직도 자신들의 인형이 성인용품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업체 대표는 1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리얼돌 제작 업체였으며 실제 10개 정도는 성인용품 용도로 제작된 리얼돌이 설치되기도 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 인형들조차 완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의 모습을 본딴 ‘리얼돌’일 뿐 성인용품인 ‘섹스돌’과는 다르며 성인용품으로 분류할 수도 없다는 궤변을 펼치고 있다.

연맹은 일단 서울의 법적 조치를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연맹 관계자는 “서울 구단 측에 민·형사상 어떤 부분에서 조치가 가능할지를 자문하고 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다 엄격한 규정 개정을 검토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필요성이 있어보인다. 취지에 동감한다”고 말했다.

연맹이 이날 밝힌 정황에 따르면 이 업체는 처음부터 업체와 제품 성격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연맹 관계자는 “지난 4일 업체 대표가 다른 종목 스포츠단체 관계자와 함께 찾아와 ‘피규어’를 무관중 경기 관중석에 설치하면 좋지 않겠느냐 제안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 샘플이나 브로셔도, 명함도 없었다”면서 “제품들이 어떤 모습인지는 당일 경기장에서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치와는 별개로 구단과 연맹 역시 책임 소재를 따지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연맹은 서울 구단 측을 상벌위원회에 회부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현재 상벌위원장에게 회부 여부 관련 유권해석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판단에 따라서는 연맹 내부에서도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리그 이미지 실추 등 연맹 차원에서 업체 측에 책임을 물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답했다.

축구계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무관중 경기를 맞아 각 K리그 구단이 펼친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갈까봐 걱정하는 분위기다. 연맹 관계자는 “대구 FC와 안산 그리너스 등 독특한 무관중 이벤트를 준비한 구단이 많은데 모두 묻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