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산업 등을 적절히 고려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절반으로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시에 지나치게 엄격한 격리 정책은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을 때보다 큰 손실을 안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르틴 보덴슈타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책임연구원 등은 최근 공개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공급 붕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장려하지 않는 경우 경제적 비용이 체계적 자가격리 상황의 2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구진이 코로나19 대응 수준별 경제적 손실을 추정한 결과 8개월간 무대응으로 일관한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정상 상황일 때보다 최대 30% 감소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전염병 확산에 따른 급격한 고용 감소가 경제를 운영하는 데 필수적인 생산구조의 핵심 연결고리를 훼손할 경우 예측할 수 없는 수준의 경제적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응을 전혀 하지 않아 핵심 산업 근로자가 바이러스에 무차별 감염되면 경제적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감소폭이 가장 적게 나타난 건 같은 기간 핵심 부문 근로자의 15%, 기타 부문 근로자의 40%가 재택근무를 하고 비경제활동인구 중 30%가 집에 머무르는 상황이었다. 이런 비율로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타인과의 물리적 접촉을 피했다고 가정할 때 최대 GDP 감소율은 15%까지 낮아졌다. 감염률은 41%(무대응 시)에서 15%로 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코로나19 확산의 연쇄 피해를 막는 방패 역할을 한 셈이다. 연구진은 “온건한 공중보건 제한 조치이라도 전혀 손을 쓰지 않을 때보다 경제적 결과를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격리 수위를 높일수록 경제적 손실은 다시 커졌다. 핵심 근로자 25%, 기타 근로자 60%, 비노동인구 47%가 외부활동을 자제할 경우 GDP 감소폭은 최대 20%로 확대됐다. 비율을 더 늘려 핵심 근로자 40%와 나머지 인구의 90%가 자가격리를 하는 상황에서는 GDP가 30%까지 빠졌다.
이 결과는 엄격한 격리 조치가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 감염률을 더 낮출 수는 있어도 경제적으로는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았을 때와 다름없는 타격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격리율을 세 번째 가정보다도 높인다면 GDP 감소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GDP는 코로나19 확산 경로와 백신 개발 진행 상황 등에 따라 40%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우리가 고려하는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는 전체적인 노동 공급의 감소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최대 40%의 GDP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영국 소재 유럽권 비영리연구단체 경제정책연구소(CEPR)가 이달 18일(현지시간) 발간한 온라인 출판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경제학(Covid Economics)’에 실렸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