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산업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각국 정부와 업체들은 자동차 수요 급감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구조조정, 지원 정책, 전략 개편 등 다양한 수단을 내놓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기술개발 자회사인 크루즈는 코로나19 여파로 전체의 8%에 해당하는 160여명을 감원하기로 결정했다. GM 측은 크루즈의 인원 감축을 발표하면서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앞서 포드는 올해 안에 유럽 내 직원 1만2000명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포드 전체 인원의 20% 수준이다. 또한 러시아와 프랑스, 영국 등 유럽 6개 공장을 닫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도 같은 이유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미쓰비시는 태국 공장 직원들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인력을 감축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쓰비시 태국 공장의 직원은 약 40만명으로 추산된다. 닛산도 구조조정을 통해 연간 고정비를 줄일 계획이다. 닛산은 기업 규모를 줄이는 대신 수익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신차 판매량 증가를 위해 자동차 교체 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정책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밖에도 해외 진출 기업의 자국 복귀를 뜻하는 ‘리쇼어링’을 전제로 자동차 업계를 지원하는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중국에선 우한 지역의 자동차 산업 지원을 위한 추가 자동차 보조금 지급이 결정됐다. 올해 말까지 현지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1만 위안, 내연차는 최대 5000위안이 지원될 예정이다.
FCA 그룹은 이탈리아 정부에 68억 달러(약 8조40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FCA는 이를 통해 이탈리아 내 중소 규모 관련 업체들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업체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다양한 사업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폭스바겐과 포드는 전기차 플랫폼 공유, 자율주행 공동개발 등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푸조는 지난해 배당금 지급 연기, 토요타는 다음 달 일본 내 생산을 12만2000대로 줄여 현금 확보에 집중한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일단 신차 출시와 내수 판매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대주주의 자금 지원 축소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쌍용자동차는 제품군 강화, 비핵심자산 매각 등 자구책 실행과 더불어 정부의 지원책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선 코로나19를 계기로 다양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버리고 효율성이 높은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이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간 구조 개편도 예상되는 시나리오 중 하나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두 차례 금융 위기는 완성차 업체 간 인수·합병, 부품사의 절대 숫자 감소로 이어졌다”며 “글로벌 업체 간 구조 개편이 수면화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 구조 개편이 더욱 과감하고 빠른 속도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글로벌 신차 수요는 2분기 최저점을 찍은 뒤 4분기까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연간 신차 판매 수요는 약 6800만대가 예상된다”며 “지역별로는 중국, 유럽, 미국, 신국 순서로 판매반등의 흐름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