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집, 할머니들 학대했다” 내부서 나온 충격 폭로

입력 2020-05-19 17:06
19일 후원금 집행 문제에 대한 내부 고발이 나온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대표적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복지시설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도 후원금 유용과 학대 의혹이 터져나왔다.

김대원 나눔의집 학예실장 등 직원 7명은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나눔의 집이 위안부 피해자의 보금자리임을 내세우며 할머니들을 안전하고 전문적으로 돌보는 전문요양시설이라고 광고했지만 실상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무료 양로시설일 뿐”이라며 “그 이상의 치료나 복지는 제공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법인이 채용한 두 명의 운영진에 의해 20여년간 독점적으로 운영됐다”며 “운영진은 할머니들의 병원 치료, 물품 구입 등을 모두 할머니들 개인 비용으로 지출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인이 막대한 후원금을 모집해 60억원이 넘는 부동산과 70억원 이상의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운영진들이 할머니들에게 식사 등 기본적인 지원조차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학대를 일삼아 왔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례로 지난해 6월 한 할머니가 기울어진 침대에서 떨어져 눈썹 위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지만 ‘병원에 모시고 가자’는 직원의 요청이 묵살됐다고 한다.

앞서 김 실장 등은 지난 3월 10일 국민신문고에도 ‘나눔의 집에서 후원금을 건물 증축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었다. 여기에는 지난해 나눔의 집으로 들어온 25억원 이상의 후원금 중 할머니들에게 쓰인 돈은 6400만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포함돼 있다.

또 지난해 말 기준 65억원에 달하는 후원금이 할머니들 사후 법인의 노인요양사업에 쓰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담겼다. 실제로 2018년 2월 28일에 있었던 법인 이사회 녹취록을 보면 법인 이사 중 한 명이 “할머니들 다 돌아가시면 일반 국민 후원금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좀 더 많이 받아서 2~3년 계획을 세우고 100여명을 수용할 요양원을 지으면 어떻겠느냐”며 “현 잔고 37억원으로는 부족하고 100억원 정도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이 확인됐다.

지난해 2월 26일 이사회 당시에는 또 다른 이사가 “호텔식으로 안 지으면 경쟁력이 없다”며 “80명 정도 수용하면 충분히 운영하고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고 제안하는 부분이 나온다. 현재 나눔의 집에는 피해 할머니 6명이 생활하는데, 이들이 모두 세상을 떠난 뒤 나눔의 집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이번 내부 고발에서 운영진 중 한명으로 지목된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후원금은 모두 할머니들을 위한 복지사업과 기념사업, 추모사업에만 쓰였고 법인을 위한 별도 사업에 사용된 후원금은 전혀 없다”며 “역사관, 생활관 증축 등은 국도비로 모자라는 부분을 후원금에서 보탰으며 이 역시 할머니들을 위한 사업이라고 판단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할머니들의 의료비, 간병비 등은 모두 국비 지원이 된다”며 “지난해 6400만원의 후원금이 할머니들을 위한 교육·건강 프로그램에 사용됐는데 6명의 할머니 가운데 4명의 거동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적지 않게 사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인 이사회 녹취록에 등장하는 호텔식 요양원 운영 논의에 대해서는 “나눔의 집 주요 시설인 역사관과 생활관 신·증축은 국도비가 10억원 이상 투입돼 함부로 해당 시설을 없애고 요양원을 지을 수는 없다”며 “요양원을 별도로 지을 수는 있지만 이 경우 후원금을 사용할 수 없다. 일부 이사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나눔의 집은 1992년 설립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라는 상징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내분 양상을 보이며 후원금 회계의 불투명한 관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인 이사회 측은 이번 논란은 정의연 전 대표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의 여러 의혹과는 다른 성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후원금 관리에 대한 내부 의견 차이가 근본 원인이며 이를 해소하고 운영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