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월 딸 성추행당했다” 靑 국민청원, 허위로 판명

입력 2020-05-19 16:43 수정 2020-06-24 15:22

자신의 25개월 딸이 이웃에 사는 초등학생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학생과 부모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이 허위 사실로 드러났다. 해당 청원에는 무려 53만여명이 동의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허위 글을 올린 청원인 A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 20일 “저희 25개월 딸이 초등학생 5학년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A씨는 자신을 경기 평택시에 거주하는 두 딸의 엄마라고 밝혔다. 그는 “평소 같은 아파트에 살며 교류하던 이웃의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지난 17일 집에 놀러와 딸과 놀아주다가 우리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며 “다음날 딸의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보니 딸의 음부가 부어있고 아프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어 “딸이 ‘오빠가 때찌했어’라고 말해 병원에 데려갔더니 상처가 생겨 추후 정밀 검사를 받아보자는 소견을 받았다”며 “전날 자기전 이 학생의 휴대전화에서 성적인 문구의 문자 알람이 와 있는 것도 봤다”고 강조했다.

A씨는 가해 학생 부모의 대처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생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렸는데 자기 아들은 잘못이 없고 우리 딸이 문제라며 증거도 없는데 왜 그러냐는 식으로 나왔다”며 이 학생과 부모를 처벌해달라고 청원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평택에 거주하고 25개월 된 딸이 있긴 했지만 다른 내용은 허위로 밝혀졌다. 해당 글이 게시된 당일 내사에 착수한 경찰은 글을 올린 A씨의 아이디를 추적해 신원을 특정하고 면담한 결과 A씨가 지목한 가해 초등학생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 A씨가 주장한 딸의 병원 진료 부분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처음 경찰 면담에서도 청원 글에서 처럼 딸의 피해를 주장했지만 조사가 진행되자 모두 거짓이라고 실토했다”며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명확히 진술하지 않아 현재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