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알아보자” 제안…정의연·모금회 한쪽은 ‘거짓말’

입력 2020-05-19 16:42 수정 2020-05-19 17:41
정의기억연대가 지정기부금을 받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쉼터로 운영하다 지난달 23일 건물 매각 계약을 체결한 경기도 안성시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문이 17일 굳게 닫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안성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쉼터)’ 사업과 관련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측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주장이 엇갈리는 주요 대목은 “경기도 쪽도 알아보자”는 제안을 누가 먼저 했느냐다. 이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서울에서 2시간 거리의 안성 쉼터로 방향을 틀게 된 근본적인 동기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정의연 측은 모금회가 먼저 경기도 지역을 제안했다는 내용의 정대협 내부 보고서가 있다고 주장한다. 모금회는 부지와 관련해 어떤 제안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한다.

19일 정의연과 모금회 측 주장을 종합하면 현대중공업은 2012년 8월 정대협이 추진했던 쉼터 건립에 모금회를 통해 10억원을 지정 기탁했다. 이후 정대협은 서울 마포구 일대에 단독주택을 알아봤다.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모금회는 2013년 1월 조속한 추진을 요청했다. 그러자 정대협은 2월 “10억원으로는 마포구 일대에서 추진이 어렵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후 정대협은 강화도, 경기도 용인, 경기도 안성 등에서 후보지를 찾아봤다고 한다. 6월 최종적으로 안성 주택을 후보지로 선정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모금회와 현대중공업에 보냈다. 7~8월 심의를 거쳐 최종 결론이 났고 9월에 사업비가 지원됐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사안은 서울에서 벗어나 경기도 지역을 알아보게 된 계기다. 윤 당선인은 전날 CBS 라디오에서 “모금회가 ‘경기 지역도 괜찮다’는 의견을 줬다. 그 의견에 따라 경기도 지역 부동산을 돌아다녔다”고 설명했다. 정의연은 서울을 포기하고 경기 지역을 알아보게 된 가장 큰 이유와 근거가 모금회의 이런 요청 때문이었다고 설명한다. 당시 정대협에서 작성된 내부보고서를 근거로 들고 있다.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5월 16일 정대협 측 관계자가 모금회 담당자를 면담했고, 이 자리에서 모금회 측이 ‘경기 지역도 괜찮다’는 의견을 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금회 측은 부지와 관련해 어떤 의견도 낸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모금회 관계자는 “우리 쪽에도 근거자료와 기록해놨던 문서들이 있다”며 “자료들을 확인해봤지만 우리가 쉼터 지역 변경에 관한 제안이나 의견을 제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 실무를 맡았던 모금회 담당자도 그런 의견을 낸 적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이 받고 있는 ‘쉼터 고가매입’ 의혹 고발 사건은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에 배당됐다.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 당시 정대협이 경기도 지역으로 쉼터 부지를 변경하게 된 이유도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성 쉼터와 관련해서는 이밖에도 정대협 측이 매입비 7억5000만원, 인테리어비 1억원을 들여 조성한 쉼터를 지난 4월 23일 4억2000만원에 ‘헐값 매각’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실상 매입 당시 ‘업(up)계약’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윤 당선인은 이에 대해 “주택 건축 자재의 질이 좋았고, 인테리어 때도 할머니들을 위해 자재를 고급으로 했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쉼터는 본래 목적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활용률이 매우 저조했다. 모금회도 2015년 12월 “정대협이 위안부 생존자들의 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사실상 서울에서 멀었기 때문에 피해자 할머니들이 이용하기는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정대협은 쉼터 운영의 회계 쪽과 관련해서는 물품 구매시 비교 견적을 내지 않거나, 입찰을 실시하지 않는 등 전반적인 증빙서류를 적절하게 구비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계 평가를 진행했던 모금회 관계자는 “평가의 세부 내역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