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中, 홍콩 정부에 국가보안법 제정 촉구”
폼페이오 최근 “홍콩 자치, 일국양제 평가에 영향”
중국이 오는 21일 열리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홍콩의 국가보안법 제정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전방위로 번지고 있는 미·중 갈등에 홍콩 문제가 새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SCMP에 따르면 리커창 중국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보고에서 강한 어조로 홍콩 문제를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홍콩에서 대대적인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던 만큼 홍콩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송환법 반대에서 촉발된 민주화 시위로 홍콩 시민들의 누적된 반중 정서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중국 정부가 꺼낼 카드로는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이 거론된다. 홍콩의 헌법인 기본법 23조는 국가전복과 반란을 선동하는 위험인물을 최대 30년의 징역에 처하게 하고 이와 관련한 법률을 제정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은 지난해부터 홍콩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만들어 반중 세력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샤바오룽 국무원 홍콩·마카오 판공실 주임이 지난달 말 선전시에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만나 국가보안법 제정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샤 주임은 홍콩이 중국 안보의 허점이 되고 있으며 홍콩이 약한 고리가 되어선 안 된다는 우려도 전달했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오는 9월 홍콩 입법회 선거 전 국가보안법 제정을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 선거에서 반중 성향의 범민주 진영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홍콩 정부는 지난 2003년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5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반대 시위에 나서 무산됐던 적이 있다. 중국은 홍콩 입법회에서 법 제정이 안 될 경우 전인대에서 관련 법규를 만든 뒤 홍콩 기본법 부칙에 삽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미국도 가만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홍콩인권민주주의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미 국무부는 매년 홍콩의 자치수준을 평가해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홍콩의 자치 수준이 후퇴했다고 판단되면 홍콩에 부여하고 있는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에도 투자, 무역, 비자발급 등의 분야에서 중국과 다른 특별대우를 하고 있다. 미 정부는 홍콩의 자유를 억압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의 자산을 동결하고 입국을 금지시킬 수도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최근 홍콩 내 자국 언론인에 대한 중국의 간섭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홍콩의 자유에 영향을 주는 모든 결정은 일국양제에 대한 미국의 평가에도 반드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을 압박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