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억울하게 20년간 옥살이 한 윤모(53)씨 재심 첫 공판에서 재판부가 사건 당시 현장에서 확보한 체모에 대해 압수영장을 발부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19일 윤씨에 대한 재심 첫 공판에서 “종전(과거) 재판에서도 체모 감정이 유력한 증거였고, 재심 청구인인 피고인 측의 주장을 고려하면 체모에 대한 감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에 보관 중인 이춘재 8차 사건 현장에서 발견됐던 체모 2점에 대한 압수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체모와 재심청구인 윤씨의 체모를 각각 채취하는 등 압수영장을 집행해 다음 기일까지 압수물과 압수 조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후 재판부는 감정기관을 선정해 감정을 의뢰할 방침이다.
감정 결과 이춘재의 체모와 일치하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 진범 논란은 아주 손쉽게 종지부를 찍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씨 측 변호인 박준영 변호사는 “체모 감정 결과를 통해서 윤씨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당시 현장 체모조차도 바꿔치기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데, 감정 결과에 따라 현장 체모 조작까지도 연결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검·경의 이춘재 8차 사건 재수사 단계에서 국가기록원에 대한 영장은 청구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은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하고, 재심 절차가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해 기각했다.
첫 공판 심리를 마친 재판부는 체모에 대한 압수영장을 발부하면서 이춘재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는 보류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5일 열린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씨 집에서 13세 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말한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하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후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지난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