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정의를 봉쇄할 수 없으니/ 그것은 섬을 벗어나 하늘이 되고 바다가 되고/ 마침내 낮고 공평한 기준선이 된다.’(이종형 시인의 ‘비망록’ 걸개시화)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광주지역 문학계에 다양한 추모·기념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5·18문학을 통해 참혹한 그날을 되돌아보고 국내 민주화의 초석이 된 5·18을 역사 속에 올바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이다.
광주전남작가회의는 “전국 각지의 시인·작가들이 제작한 걸개시화 200여점을 지난 15일부터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와 민주열사 묘역에서 전시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5월 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해 5·18민주묘지를 찾는 참배객들에게 시·그림으로 형상화된 5·18의 진실을 전달하는 행사다. 다음 달 30일까지 이어지는 행사에는 전국 각지의 문학인들이 골고루 참여 중이다. 2018년 5·18문학상을 받은 이종형 시인 등은 5월 희생자들이 안정된 5·18민주묘지에서 개최하는 걸개시화전이 5·18의 전국화를 촉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참배객들에게는 ‘광주 정신’을 담은 문학작품을 접할 기회가 되는 동시에 참여작가들은 5·18 당사자인 광주시민들과 연대의식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당초 5월에서 일정을 늦춘 오월문학제는 6월 20일 5·18 역사적 공간인 ‘전일빌딩245’ 다목적 강당에서 막을 올린다.
행사장소는 1980년 당시 가해진 헬기사격 탄흔 245개가 무더기 발견돼 전일빌딩245로 건물명칭이 명명된 곳이다. 5·18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 건물은 당초 1960년대에 세워졌다가 대규모 리모델링을 거쳐 5·18 40주년 당일인 지난 18일 복합문화시설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광주전남작가회의가 주관하는 오월문학제는 올해 5·18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공선옥 작가와 출품작 ‘은주의 영화’에 대한 시상식이 곁들여진다.
주요 행사인 심포지엄은 ‘광주 오월문학의 문학사적 위상과 시대적 담론’을 주제로 열린다. 전국 각 지역을 대표하는 참여시인들은 시낭송, 시노래 등 문학과 다른 예술장르를 접목한 ‘남도 문화예술 공연’도 부대행사로 선보인다.
참여 작가들은 행사기간동안 5·18에 새겨진 국가폭력에 대한 저항과 민주화를 향한 의지를 디딤돌 삼아 민족통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게 된다. 오월문학제는 당초 2018년까지 ‘오월문학축전’으로 열렸다가 지난해부터 명칭을 바꿔 전국 단위 행사로 열리고 있다.
5·18기념재단은 40주년 문학분야 기념행사로 서울 이음책방, 인천 나비날다, 대전 다다르다, 대구 더폴락, 전주 물결서사, 제주 미래책방 등 전국 동네책방 23곳과 공동으로 ‘동네책방, 오월을 만나다’ 문학특별전을 열고 있다. 다음 달 7일까지 이어지는 특별전은 시와 소설, 에세이 등에 내재된 5월 정신과 그날의 역사적 의미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광주전남작가회의 관계자는 “그동안 문학을 통해 5·18을 촘촘히 기록해온 시인·작가들이 적잖다”며 “그날을 체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이 문학세계에서 5·18을 제대로 인식하게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