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입장 묻자 “끌어넣지 말라”…무책임한 청와대

입력 2020-05-19 15:22 수정 2020-05-19 15:46

청와대는 19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자꾸 (청와대를) 끌어넣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취재진이 윤 당선인 관련 청와대의 기조를 묻자 “청와대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어 “(윤미향) 당선인은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이라며 “당선인이기 때문에 당에서 대응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핵심 관계자는 또 “(윤 당선인 논란은) 앞으로 할 국정과도 관계가 없다”며 “(그래서) 그 부분은 정리된 입장이 없고,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에서 충분히 대응하고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다만 윤 당선인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이 공식 입장을 자제하고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청와대가 전 국민적 관심 사안을 자꾸 당에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의연 사태가 윤 당선인 개인의 문제를 넘어 위안부 운동 단체의 방만 경영, 기부금 운영 실태 문제로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윤 당선인은 당 소속’이라고 선을 그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청와대 내 시민사회수석실의 경우 시민단체를 관리하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 국정에 반영하는 부서다. 시민단체의 비위 혹은 방만 경영에 대한 진상 규명도 시민사회수석실의 업무 중 하나다. 그런 청와대가 당과 정부 부처에 답변 책임을 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윤 당선인과 정의연 사태에 대한 여론을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보여온 만큼 청와대 차원에서 윤미향 사태를 빨리 정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1월 4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 8명을 청와대에 초청해 지난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당시 문 대통령은 “과거 나라를 잃었을 때 국민을 지켜드리지 못했고, 할머니들께서도 모진 고통을 당하셨는데 해방으로 나라를 찾았으면 할머니들의 아픔을 보듬어 드리고 한도 풀어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대통령께서 이 합의가 잘못됐다는 것을 조목조목 밝혀주어 가슴이 후련하고 고마워서 그날 펑펑울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 할머니의 손을 잡고 청와대 본관을 걷기도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해 3월 1일 3·1절 100주년 기념식에서 옆자리에 앉은 문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에게 끼고 있던 가락지를 선물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1일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기념식장에서 김 여사와 손을 잡고 한참 이야기를 나누시더니 끼고 계시던 가락지를 빼어 김 여사 손에 끼워주셨다”고 소개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김 여사에게 가락지를 끼워주며 “대통령님과 여사님 두 분이 건강하시길 바란다. 늘 두 분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대통령께서 우리나라를 위해 해나가시는 일들, 옳은 일이고 잘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김 여사는 “어려운 역사 속에서 고통을 당하신 할머니께서 보내주시는 믿음과 신뢰에 보답해야 한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심정을 전했다.


그랬던 이 할머니가 윤 당선인과 정의연을 향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냈고 이를 기점으로 윤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 내외가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민주당에 부담이 가더라도 빠르게 진상 파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