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유린인가?” 아니면 “정당한 의회 질서유지인가?”
경북도의회가 ‘민주적인 의회 운영 방법’을 놓고 의원들끼리 갈등을 빚고 있다.
경북도의회 장경식 의장은 18일 ‘지방의회 회의 질서유지와 관련한 입장문’을 내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일각에서 도의회가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파괴했다는 주장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장 의장은 입장문을 통해 “회의규칙상 의원의 발언은 의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그 발언은 발언하기로 한 의제 외를 다루거나 허가받은 발언 성질에 반하면 안 된다”며 “지방자치법 제82조도 회의 질서를 어지럽히면 의장은 경고, 제지하거나 발언의 취소를 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데도 불구하고 특정 도의원은 일신상 문제를 설명하거나 해명하는 신상 발언을 요청해 놓고 막상 단상에서는 그와 전혀 관계없는 발언을 했다”며 “이는 회의 규칙과 지방자치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의장은 해당 도의원에게 발언 내용이 무엇인지 10여 차례 물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며 “신상 발언의 취지에 어긋나는 발언을 중단해달라는 요청을 14차례 이상 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강행했다. 회의질서유지 권한과 노력을 무참히 무너뜨린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소속 경북도의원 9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철우 지사의 도정을 비판하는 민주당 소속 의원의 발언을 막기 위해 의장이 마이크를 끄도록 하고 정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며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얻은 발언권을 방해하며 마이크를 끈 것은 스스로 민주적인 의회 운영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임미애 의원은 지난 12일 열린 경북도의회 제315회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신상 발언을 통해 지난달 안동산불 방생 당시 이 지사의 술자리 논란, 보좌진 및 출자·출연기관 보은 인사 등 문제를 지적했다.
임 의원의 발언 초반,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반발해 고성이 오갔고 장 의장은 발언 도중 마이크를 끄고 정회를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은 14일과 15일 ‘도지사 감싸기로 일관하는 경북도의회를 규탄한다’는 논평을 잇따라 내고 집행부와 미래통합당을 공격했다.
이는 이 지사가 지난달 24일 발생한 안동 산불 때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당선인들과 ‘술판’을 벌였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 이후 제기된 논란에서 비롯됐다.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은 지난 5일 열린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산불로 임야 800㏊가 불타고 주민 1200여 명이 대피한 안동산불이 발생한 날 도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도지사는 우리 곁에 있지 않았다”며 “안동시민과 도민 앞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안동산불이 발생한 지난달 24일 오후 이 지사는 도내 국회의원 당선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가 끝나고 경북도청 서문 앞 대중식당에서 진행된 저녁식사 자리엔 경북도청 간부들도 대부분 참석했다.
만찬자리에선 건배가 몇 차례가 있었지만 술판을 벌인 게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사는 만찬 전 산불발생 사실을 인지하고 도민안전실장, 산림환경국장, 소방본부장 등 산불과 연관된 간부 3명은 아예 만찬에서 제외시키고 현장과 사무실에 대기시켰다.
그는 만찬 중 현장에 있던 담당국장으로부터 ‘진화가 어려울 것 같다’는 보고를 받았고 현장에 있던 권영세 안동시장과도 통화를 했다.
당시까지 지휘권을 가지고 있던 안동시장은 지사에게 “지금 현장에 오는 것 보다 내일 새벽에 합류하자”며 현장방문을 만류했다. 이 지사는 바로 행정부지사를 현장으로 보냈으며고 보고 직후 저녁자리도 바로 정리했다.
다수의 매체는 이를 ‘식사자리’로 판단했지만 일부는 ‘산불은 활활 타는데 도지사는 인근에서 술판을 벌였다’고 보도함으로써 ‘산불 속 술판’이라는 프레임 논쟁이 시작됐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