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코로나 경제난’에 “과일 사먹기도 버겁다” 소비 급감

입력 2020-05-19 14:49
중국 최대 과일채소 도매시장으로 알려진 광저우 장난시장.바이두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과일 소비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체리 자유’라는 유행어가 나돌 정도로 수입 과일은 중산층 경제력의 지표처럼 여겨졌지만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위축된 소비자들이 비싼 과일을 사 먹기가 어려워지면서 과일 수입상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코로나19로 경제적 여건이 악화되면서 중국 최대 과일시장인 광저우 장난 채소과일 도매시장이 주문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19일 보도했다.

중국 내 소비지출 동향은 체리 같은 과일 판매량으로 나타나는데, 칠레산 체리와 페루산 아보카도 등에 대한 중산층의 수요가 크게 줄었다.

과일 수입업자 리샤오창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과일 수요가 급감했고, 소매상들은 주문을 하는데 무척 신중해졌다”며 “대부분의 도매상은 수입 과일이든 국산 과일이든 손해를 보고 팔고 있다”고 말했다.

리씨는 “우리는 계속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칠레산 포도 도매가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8㎏에 180위안(약 3만1000원)이었지만, 지금은 100위안이나 80위안까지 떨어졌다”며 “수입업체들은 칠레산 포도 한 컨테이너에 최대 80만 위안(약 1억3770만 원) 가량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산 오렌지는 지난해 같은 시기에 15㎏에 최대 100위안에 팔렸지만, 지금은 70위안에 불과하다. 수입 체리는 더욱 판매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리씨는 말했다. 요즘 도매상들은 주문이 끊겨 휴대전화로 게임하며 시간을 때우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장난시장 상인 왕모씨는 “지난해는 수입 오렌지를 하루에 60~80개 컨테니어를 팔았지만, 지금은 15개 컨테이너로 줄었고 가격도 50% 할인된 수준으로 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입 오렌지는 주로 호텔, 식당, 클럽, 노래방 등이 주요 고객인데, 오랜지 판매가 급감하는 것은 중국의 서비스 산업이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덧붙였다.

중국 농업농촌부에 따르면 중국의 과일 수입은 2009년 16억3000만 달러(약 2조원)에서 2019년 103억 달러(12조6000억원)로 지난 10년간 6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직장인의 월급이 줄거나 실직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심각한 경제난 탓에 비싼 과일을 사 먹을 여유가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상하이에서 직장에 다니는 패트리샤 린은 “지난달에 나는 월급이 삭감됐는데, 친구 몇 명은 코로나19 여파로 실직했다”며 “솔직히 요즘 내 머릿속에는 소비를 줄이고 부동산 담보대출을 갚을 수 있는 돈을 저축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분간 여유가 없어 수입 체리나 일본산 포도는 엄두를 못 내고 대신 사과나 배 같은 저렴한 국내산 과일을 먹어야겠다”고 말했다.

중국 세관에 따르면 올들어 4월까지 신선과일과 견과류 수입은 245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5% 감소했다.

장난시장의 한 수박 판매상은 “아무도 과일을 먹지 않는 것 같다.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분의 1밖에 안 된다”며 “우한 산지에서 500g당 2.8위안(480원)에 수박을 사왔는데, 지금 2.3~2.4위안에 팔아야 한다”고 푸념했다.

중국 토종 과일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주 정부가 모니터링하는 국내 과일 5종의 평균 도매가격은 전년 대비 11.7% 하락했다.

광저우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켄 리씨는 “올해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어 과일 가게부터, 식당, 노래방, 호텔, 영화관, 슈퍼마켓에 이르기까지 수요가 많이 줄었다”며 “나도 장사가 힘들어 우유와 과일 계란 등 모든 주문을 줄였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