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빈민가 코로나 치사율, 부촌보다 최대 15배 높았다

입력 2020-05-19 14:13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빈곤층이 식량배급을 위해 줄을 서 있다. UPI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뉴욕에서 빈곤층이 더 많이 사망했다는 뉴욕시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폴리티코는 뉴욕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에서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맨해튼 도심으로부터 지하철이나 공용버스 노선으로 장거리를 오가야 하는 빈곤층과 유색 인종 거주 지역에서 사망자가 속출했다는 분석이다. 전염병에 빈부격차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우편번호에 따른 지역별 인구대비 사망률 조사에서는 스타렛 시티가 가장 많은 사망자를 냈다. 스타렛 시티는 주민의 63%는 흑인이며, 코로나19에 취약한 노년층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지역 주민 약 1만2400명 중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은 76명이다. 코니아일랜드와 퀸스의 파 라커웨이도 코로나19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브롱크스의 북동부 대부분 지역 역시 사망률이 높았다.

이날 발표된 자료는 앞서 뉴욕에서 흑인과 히스패닉계 주민들이 백인보다 코로나19 사망자가 2배나 높다는 것을 재확인시켜줬다. 또한, 죽음과 빈곤은 떼어낼 수 없다는 사실도 상기시켜준다. 일리노이주의 경우 인구 중 흑인이 14.6%이지만, 사망자 중 흑인은 40%에 달했다. 미시간주 역시 흑인 인구는 14%지만 흑인 사망자는 41%로, 인구 분포 대비 유색인종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인구의 40%가 흑인, 25%가 라티노(라틴계 미국인)인 시 외곽 지역의 파 로커웨이의 치사율은 10만명당 444명이다. 이에 비해 맨해튼에서 소득이 높은 백인들의 거주지로 꼽히는 그래머시 파크는 치사율이 10만명당 31명밖에 되지 않는다. 빈부격차에 따른 치사율이 무려 15배 가까이 나는 것으로 집계된 것이다.

마크 레빈 뉴욕 시의회 보건위원회 의장은 “사람들이 두려워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불평등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임금이 낮을수록 일터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뉴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한 사람의 지역별 분포. 뉴욕시 보건국 자료


뉴욕의 빈부차 문제 연구와 저소득층 지역을 위해 일하는 시민단체 ‘변화를 위한 뉴욕 커뮤니티’의 조너선 웨스틴 사무총장은 이번에 드러난 양극화가 참담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와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이 민주당 소속임에도 빈곤층을 코로나19로부터 지켜내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번 위기에서 코로나19 위기에도 집세를 내고 먹고살 걱정에 일터로 나간 이들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두 사람은 빈곤층을 돕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한편, 뉴욕에서는 18일(현지시간) 기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1만6000명이 발생했으며, 추가 사망자도 4800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