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개 산책’ 논란 폼페이오 “김정은과 얘기하느라” 감싸기

입력 2020-05-19 09:22
폼페이오, 뒷조사하던 감찰관 해임 요청
트럼프 “폼페이오, 김정은과 핵무기 협상”
“김정은과 얘기하다 개 산책 부탁했을 수도”
트럼프, 불쑥 김정은 얘기 꺼낸 것 처음 아냐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 4월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렸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관련 언론 브리핑에 참석해 발언하는 것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듣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국무부 감찰관 보복성 경질 논란에 휩싸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을 옹호하면서 갑자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이름을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폼페이오 장관의 건의를 받아 스티브 리닉 국무부 감찰관을 해임했다.

하지만 리닉 전 국무부 감찰관은 폼페이오 장관이 자신의 보좌관에게 개 산책, 세탁물 찾아오기, 자신과 아내의 저녁 식사 장소 예약 등 심부름 수준의 사적 업무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복성 경질 논란이 빚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백악관에서 폼페이오 장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어쩌면 그(폼페이오 장관)는 바쁘다”면서 “그(폼페이오)는 김정은과 핵무기에 대해 협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래서 그(폼페이오)는 (비서관에게) ‘내 개를 산책시켜줄 수 있느냐. 나는 김정은과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그들(중국)이 전 세계와 우리에게 끼친 손해에 대해 우리에게 (대가를) 지불하는 문제와 관련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이 미국을 위해 북한·중국 지도자들과 중요한 협상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애완견 산책 정도의 심부름을 시키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논리로 감싸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것(폼페이오 장관 문제)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인사 누군가에게 자신의 개를 산책시켰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말인가”며 되물으며 “그것은 그렇게 중요해 보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을 가리켜 “여기 이 세계가 전에는 일찍이 보지 못한 무기를 가진 중대한 나라들과 전쟁과 평화를 협상하게 돼 있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민주당 인사들과 가짜 뉴스 미디어들은 개 산책을 시킨 사람에 흥미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 ‘우수한 사람’, ‘수준 높은 사람’으로 치켜세우면서 웨스트포인트(미국 육사) 수석 졸업 얘기를 꺼냈다. 또 폼페이오 장관이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이력을 거론하면서 “수석이거나 수석에 근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폼페이오 장관이 리닉 전 감찰관의 해임을 요청했던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나는 그것(경질)을 해서 기뻤다”면서 “마이크 (폼페이오)가 내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감찰관들에 의해 매우 부당하게 다뤄졌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폼페이오)는 부당하게 다뤄지고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면서 “이 감찰관은 논란이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리닉 감찰관이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임명된 인사라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 이름을 불쑥 꺼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그는 지난 4월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한 언론브리핑에서 “최근 김 위원장으로부터 좋은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크게 번졌던 지난해 10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강변하면서 “김정은과 통화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미 정상의 직통 전화 여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