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경고에도…트럼프 “말라리아 치료제 먹고 있다”

입력 2020-05-19 06:56 수정 2020-05-19 10:41
트럼프,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 사실 공개
“수많은 좋은 얘기 들어”…열흘 가량 복용
미국 식품의약국마저 부작용 경고한 치료제
트럼프 건강뿐 아니라 미국인에 ‘잘못된 신호’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를 막기 위해 복용하고 있다고 밝힌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모습.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비해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일주일 넘게 매일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 사실은 즉각적인 논란을 낳았다.

이 치료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치켜세운 약물이다. 그러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심장 등에 부작용을 우려해 병원이나 임상 시험에서만 사용돼야 한다고 경고했던 말라리아 치료제다.

병원에서 이뤄지는 긴급한 치료도 아니고 임상 시험도 아닌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하는 것은 미 FDA의 경고를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요식업계 경영진들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한 회동을 마친 후 일어서고 있다. AP뉴시스

73세 고령인 트럼프 대통령이 보건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을 강행하는 것은 그의 건강에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그것(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지난주와 주의 절반(약 10일) 동안 복용하고 있다”면서 “매일 한 알”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자신이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계속받고 있지만, 백악관 의료진들도 그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나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수많은 좋은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이 좋지 않다면 나는 여러분에게 진실을 말했을 것”이라며 “나는 그것으로 인해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것(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40년 동안 말라리아, 임푸스 그리고 다른 질병들에 쓰였다”면서 “나는 그것을 복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전선에 있는 노동자들도 그것을 복용하고 있다”면서 “많은 의사들도 그것을 복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여러분에게 말할 수 있는 전부는 현재까지 내가 좋아 보인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사람들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먹을 수 있도록 허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 사실은 즉각적인 논란을 낳았다. 미국 FDA는 지난 3월 29일 코로나19에 대한 치료 목적에 한해서만 하이드록시클로코퀸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그러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연구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영국의학저널은 지난 14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중국과 프랑스의 연구 결과 2건을 소개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연구팀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처방 환자가 이를 복용하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할 때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는 실험결과를 지난 8일 공개했다.

특히 미 FDA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심장 박동 등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병원이나 임상 시험에서만 사용돼야 한다고 지난 4월 24일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 사실을 일제히 긴급뉴스로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곧바로 이 약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효과가 없다는 전문가 인터뷰를 내보내기도 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