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에서 또 찾아오는 악재, 반등하지 않는 순위, 그래도 실망하지 않는다. 응원하는 팀의 부진과 악재에도 함성은 잦아드는 법이 없다. 프로야구 유일의 충청도 연고 구단 한화 이글스의 팬 얘기다.
한화는 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의 미국 생중계를 계기로 다른 구단들처럼 해외 팬의 응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한화 팬 사이에서 아직 좁히지 못한 정서적 간극이 있다. 바로 ‘인내심’의 영역이다. 이로 인해 SNS에서 한화를 함께 응원하는 미국 팬에게 한국 팬이 다가가 다독이는 일도 벌어진다.
자신을 미국 뉴욕주에 거주하는 한화 팬이라고 소개한 트위터 이용자는 그중 하나다. 그는 ‘한화 이글스 팬 페이지(Hanwha Eagles fanpage)’라는 필명으로 트위터에 계정을 개설했다. 개설일은 2020년 5월로 표시돼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38일을 연기한 KBO리그는 지난 5일에 개막했다. 계정은 개막일 전후에 개설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9일 “나는 한화 이글스 팬이 되기로 결정했다”며 활동을 시작했다.
그날은 한화가 서울 고척스카이돔 원정경기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이틀 연속 3대 5로 패배한 날이었다. 한화는 그 이튿날인 지난 10일 키움과 3차전에서 똑같이 3점을 뽑았지만 1점을 더 빼앗겨 3대 6으로 졌다. 그렇게 개막 첫 주말에 시즌 첫 스윕을 당했다.
뉴욕 팬에게 실망감은 한화를 응원하기로 결심하고 사흘 만에 찾아왔다. 경기를 편성하지 않는 첫 월요일을 지나 리그 2주차를 시작한 지난 12일, 한화는 KIA 타이거즈와 대전 홈경기에서 1대 2로 졌다. 뉴욕 팬은 결국 한화를 함께 응원하는 미국 세인트루이스 팬과 대화를 나누던 중 “우리가 팀을 잘못 골랐다(We picked the wrong team)”고 적었다.
이 트윗은 국내 야구팬들의 시야에 포착됐다. 일부는 이 트윗에 댓글을 달아 국내 한화 팬의 정서를 설명했고, 뉴욕 팬은 “농담이다”라고 안심시키는 댓글을 덧붙였다. 그는 이제 “가즈아! 이글스(Let’s gooo Eagles)”를 타임라인에 올리며 한화를 응원할 만큼 열성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그려낸 진풍경이다. 한국은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한 범사회적 노력으로 KBO리그, 프로축구 K리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이달 중에 시작했다. 프로스포츠에서 큰 시장을 가진 미국·유럽·일본보다 빨랐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경우 7월 초 개막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스포츠채널 ESPN은 KBO리그를 개막전부터 생중계하고 있다. 미국에서 다른 국가 프로야구 정규리그 생중계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실시간 경기에 갈증을 느낀 ‘야구 본고장’ 미국 팬들은 저마다 KBO리그에서 응원 팀을 골라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한국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KBO리그에서 미국 팬들의 가장 많은 응원을 받은 팀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열성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NC 다이노스다. 구단 모기업 NC가 노스캐롤라이나의 이니셜과 일치한 덕이다. NC는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 팀들로부터 전달 받은 마스코트 사진을 홈구장인 경남 창원 NC파크 관중석에 입간판으로 세웠다. 애슈빌 투어리스트의 ‘미스터 문’과 ‘테드’, 캐롤라이나 머드 캣츠의 ‘머디’, 더럼 불스의 ‘울E’ 입간판이 NC파크 관중석을 채우고 있다.
한화는 KBO리그 3주차를 시작하는 19일을 중간 전적 5승 7패로 시작한다. 순위는 공동 6위다. 지난 시즌 성적은 꼴찌를 겨우 벗어난 9위였다. 순위를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호재가 필요하지만 악재가 먼저 찾아왔다. 한화는 전날 “유격수 하주석(26)과 내야수 오선진(31)이 병원 정밀검진에서 나란히 오른쪽 허벅지 근육 손상 진단을 받았다. 두 선수 모두 약 4주의 재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