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는 최근 서울 구로구 오류역 인근 카페에서 DRX 미드라이너 ‘쵸비’ 정지훈을 만났다. 게임 얘기만 했다. 스프링 시즌을 3위로 마친 소감, 다른 미드라이너들과의 비교에 대한 생각, DRX 팀원들에 대한 평가, 요즘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챔피언과 아이템 트리 등에 관해 물었다.
-오프 시즌은 어떻게 보냈나
“휴가 초반에는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났다. 이후에는 집에서 쉬면서 시간을 보냈다. 지난 7일 숙소에 복귀했고, 팀원들과 워크샵을 다녀왔다. 휴가 때 솔로 랭크를 많이 안 했더니 감이 떨어진 거 같더라. 팀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요즘에는 쉬지 않고 솔로 랭크를 하고 있다.”
-일단 스프링 시즌부터 복기해보자
“성적에 크게 불만은 없다. 스프링 시즌 초에는 성적이 나오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3위까지 올라갔다. 그렇지만 뭘 못했는지를 배워간 게 있다. 서머 때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끔 단단히 준비할 것이고, 그럴 수 있을 거라 본다.”
-배워간 점이 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미드라인 영향력 싸움, 시야 장악에서 진 것 같다. 미드라이너와 정글러 간 팀워크도 상대가 더 좋았다. 제 라인에만 한정해서 제가 느낀 점이다. T1전 패인은 딱 하나를 짚을 수 없다. 특정한 무언가를 못 해서 진 게 아니다. 전반적으로 상대가 더 잘했고, 우리가 더 못해서 졌다.
저는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 빠르게 라인을 밀어 넣고, 남은 시간에 상대 정글러를 찾거나 와드를 설치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미드라이너다 보니까 다른 라인이나 게임에 영향을 줘야 한다. 제가 그걸 해내지 못한 게 게임 패배에도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개선하려 한다.”
-팬들은 올 시즌 미드 삼대장으로 ‘쵸디커(쵸비·비디디·페이커)’를 꼽았다. 동의하나
“제 의견은 상관없다. 삼대장을 뽑는 기준이 대중의 시선이니까. 그저 뽑아주신 것에 감사하다.”
-‘페이커’ 이상혁, ‘비디디’ 곽보성과 자신을 비교한다면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뭐라 말씀드리기엔 부담되지만…. 아무래도 페이커 선수를 상대할 때는 초조한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제가 져본 적이 많다 보니까. 라인전을 하다 보면, CS를 안 건드리고 있으면 유리해지는 상황이다. 제가 초조해지는 건지 저도 모르게 CS를 건드리고 있더라. 말리는 게 좀 있다.
비디디 선수는 라인전을 굉장히 잘하는 선수다. 저는 라인전 이외에도 잘하는 게 많은 선수다. 긴장만 잘 유지하고 있다면 신경 써야 할 게 어느 정도 예상이 된다. 아, 설명하기가 조금 어려운데. 비디디 선수를 상대하면 재미있다. 이겨도 이상하지 않고, 져도 이상하지 않은 매치업이다.”
-두 선수와 ‘쵸비’ 정지훈을 비교한다면 어떤 일장일단이 있을까
“제 강점은 라인전이 세다는 점일 것이다. 이게 가장 큰 장점이고, 그 다음엔 딜(대미지)을 잘 넣는 것 같다. 그런데 나머지 두 선수가 가진 라인전 외 장점이 제 것보다 뚜렷한 거 같다. 스프링 시즌엔 딜 잘 넣는 거 말고 특출한 장점이 없었다. 특출한 장점이 있었다면 제가 우승하지 않았겠나. 하하.”
-그리핀 외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본 건 올 시즌이 처음이었다
“팀워크가 맞춰진 팀에 있다가, 새로운 팀원들과 호흡을 맞춰보니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새로운 스타일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궁극적으로는 좋은 방향으로 맞춰나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흥미가 생기기도 했지만, 안 맞는 부분이 조금 답답할 때도 있었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팀원들과 함께해본 소감은. 그들의 장단점을 얘기해보자
“‘도란’ 최현준의 장점은 혼자 하는 게임을 잘한다는 것이다. 정글러를 이용하는 것도 잘한다. 아무래도 우리 팀이 탑과 다른 라인을 분리하는 게임을 많이 한다. 그럴 때 최현준이 뚫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표식’ 홍창현은 배우는 속도가 빠르고, 배우고 싶어 하는 자세가 있다. 스스로 많이 노력하는 게 느껴진다. 단점은 본인만의 이상한 아이템 트리를 고집한다는 점이다. 가령 스프링 시즌 초반에 리 신으로 ‘티아맷’을 사더라. 딜 로스가 생긴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결국 다른 챔피언은 상관없는데, 내가 노틸러스 할 때만은 티아맷을 사지 않기로 합의했다.
‘데프트’ 김혁규는 칭찬을 안 하고 싶어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선수다. 일단 잘한다. 팀적으로 콜도 잘 집어주고, 멘탈도 잘 잡아준다. 칭찬하자면 할 게 너무 많아서 입이 아프다. 함축적으로 말하자면, 상상하는 것보다도 더 좋은 점이 많은 선수다.
‘케리아’ 류민석은 게임을 잘하고 있다. 사실 바텀 듀오는 하나로 묶어서 보는 편이라 서포터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시야도 잘 잡고, 적당한 타이밍에 로밍을 온다. 고성능 도구다. 하하. 번뜩이는 플레이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미드 시즌 컵(MSC)’, 특별히 관심이 가는 미드라이너가 있나
“미드라이너들이 전부 쟁쟁한 선수들이다. 솔직히 한 명을 고르기가 어렵다. 한 명도 빠짐없이 잘하는 선수들이다. 미드 싸움에서 살아남으려면 제가 더 실력을 늘려야 할 것이다.”
-미드라이너만 놓고 봤을 때, 한중 중에 어디가 더 강하다 보나
“그건 잘 모르겠다. 다만, 아무래도 제가 한국 미드라이너들을 많이 상대해보지 않았나. 중국 미드라이너들을 상대할 기회가 없었다. 강함과 별개로 상대하기 까다로운 거는 중국 미드라이너들일 거다.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지 모르니까.”
-이번 대회 목표 성적은. 우승 후보 또는 경계하는 팀이 있나
“아마 모든 팀이 1위라고 말할 거 같아서…. 그런 진부한 대답은 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엔 정말로 몇 등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전부 경계된다. 일절 거짓말 없이 못하는 팀이 하나도 없어서.”
-이번에 ‘카나비’ 서진혁과 맞대결을 하게 되더라. 선전포고 한 마디
“미드 갱킹을 오는 게 좋을 것이다. 오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정글로 들어가서 서진혁을 찾아내고 잡아내겠다. 죽기 싫으면 먼저 오든가. 물론 먼저 와도 역으로 죽을 수 있다.
솔직히 서진혁이 우승까지 할지는 몰랐다. 아무래도 같이 팀 게임을 많이 해본 게 아니었고, 솔로 랭크에서 몇 번 같이 해본 게 전부여서. 어쨌든 우승으로 증명했으니 모두의 인식에서 ‘잘하는 정글러’가 되지 않았나. 좋겠다.”
-더 중요한 건 서머 시즌이다. 서머 시즌 목표는
“1등을 해도 ‘운으로 1등을 한 게 아니’라고 자부할 수 있을 만큼 기량이 늘었으면 좋겠다. 그게 목표다. 스스로도 ‘실력으로 1등을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