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 상임대표를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18일 경기도 안성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위안부 쉼터) 관련 의혹을 부인하며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안성 쉼터에 대한 윤 당선인 해명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쉼터 건립 기부금을 냈던 현대중공업 입장과도 계속 엇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오전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2013년 정의연이 당초 사업부지로 잡았던 서울 마포구 성산동이 아닌 안성에 쉼터를 마련한 이유로 “현대중공업이 건물 (가격) 책정을 잘못했던 것 같다”며 “현대중공업에서 받은 10억원으로는 마포구에서 집을 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지정 기부를 받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경기 지역도 괜찮다’는 의견을 줬다”며 “안성에 쉼터를 매입했을 때 모금회와 현대중공업 모두 마음에 들어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측은 “윤 당선자와 직접적으로 접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금을 관리한 주체는 모금회”라며 “윤 당선인과는 모금회를 통해서만 협의했다. 우리가 통보를 받은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가격 책정을 잘못해 마포구에서 건물을 구할 수 없었다는 윤 당선인 지적에 “별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위안부 쉼터를 안성으로 선정한 이유를 놓고서도 정의연과 윤 당선인의 설명은 묘하게 엇갈린다. 정의연은 이 주택을 선정한 이유로 접근성과 에너지 효율성을 들었다. 정의연은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쉼터는 버스정류장과 5분 거리로 접근성이 용이하다. 다른 지역 주택보다 큰 평수로, 20명 이상 수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또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지낼 수 있어 냉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할머니들은 (건강 문제로) 걸어다니기 어려운 상황이라 우리가 차로 모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령인 할머니들 입장에서는 대중교통 유무와 접근성이 크게 관련이 없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2013년 11월 개소식 당시 할머니 4명이 참석한 것 외에 쉼터를 드나든 할머니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또 “할머니들이 굉장히 뜨겁게 지내시기 때문에 보일러로만 난방을 할 수 없다”며 “벽난로를 설치하고 이불을 포함해 여러 가지 물건을 구입하는 데 인테리어 비용 1억원이 들었다. 하나하나 고급으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난방비를 아낄 수 있다던 정의연의 해명과는 다르다. 정의연은 벽난로 설치 등 공사에 3475만원, 난방비와 개소식 진행비 등 초기 운영비에 329만원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윤 당선인은 “사실 저희가 미리 조사나 세밀한 검토를 하지 못했던 점은 있다”며 “사업 한정기간이 있는데 그 기간을 넘으면 또 문제가 된다. 어떤 방법으로든 매입을 해야했다”고 인정했다.
정의연은 쉼터 개소식 이후 3년여밖에 지나지 않은 2016년부터 주택 매각을 추진했다. 결국 7억5000만원에 매입했던 이 주택이 4억2000만원에 팔리면서 정의연은 3억원가량의 기부금 손실을 봤다. 인테리어비용을 포함하면 손실액은 4억원을 넘어간다. 윤 당선인은 “(논란에)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면서도 “사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윤 당선인에 수차례 연락했으나 그는 “지금은 통화가 불가하다”는 문자메시지만을 남겼다.
지정기부금 10억원으로는 당초 계획했던 서울 마포구 성산동 일대에 단독주택을 구입할 수 없었다고 설명한 윤 당선인의 설명에 대해서도 당초 사업계획이 현실성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현대중공업으로부터 기부를 받을 당시 서울 시내에서 991㎡(300평) 이상의 넓은 부지를 구하려 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정의연은 당시 서울 마포구의 대지 면적 300평 이상, 건축물 면적 40평 이상 장소를 쉼터 후보지 조건으로 삼았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그러나 “300평이면 부지를 연달아 사야 한다는 의미”라며 “아무 것도 없는 논밭을 사는 게 아니라면 당시에 구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시시스템을 통해 취재한 결과 2012~2013년 성산동에는 198㎡(60평) 안팎의 단독주택 여러 채가 10억원 이하로 거래됐다.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에서 1㎞ 이내에 있는 마포구 성미산로13길의 연면적 174.2㎡(약 52평) 단독주택은 2013년 9월 6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당시 연면적 246.09㎡(약 74평)인 주택은 5억7000만원에 팔렸다. 수리 및 리모델링 비용을 더해도 총 비용이 10억원에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테리어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성산동의 인테리어 업체 대표는 “2013년이면 지금처럼 대리석같은 고급 자재를 잘 쓰지 않아 수리가격이 평당 50만원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대협에 쉼터 건물을 소개해준 민주당 이규민 당선인은 입장문을 통해 “지역 언론사 대표로 재직하던 2013년 정대협이 힐링센터로 삼을 곳을 찾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지역사회에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3곳을 소개해줬다”며 “정대협이 그 중 한 곳과 계약을 체결했다. 내가 한 일은 후보지를 소개한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매매 과정에서 수수료등 어떠한 이득도 취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현우 심희정 최지웅 안규영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