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주들 “손해 볼 바에 아예 장사 안 할 것”
‘거리두기 모자’로 규칙 준수하며 손님 끌어모으는 곳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봉쇄령이 완화하면서 식당들이 하나둘 다시 문을 열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어서 울상을 짓고 있다.
CNN 방송은 17일(현지시간) 식당 영업 재개 허용에도 문을 열고 있지 않은 한 식당을 조명했다. 미국 조지아주는 지난달 27일부터 식당들을 영업 재개하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식당을 3곳을 운영하는 라이언 퍼니스는 여전히 식당 문을 열지 않았다.
장사를 다시 시작하려면 식당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해야 하고, 테이블을 일정 간격 이상 유지하는 등 몇 가지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 이런 조건을 맞춰 장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탁상행정’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식당과 술집이 일정 수익을 내기 위해 가게를 찾는 일정한 손님 수와 테이블 회전율이 높아야 한다는 점은 요식업계에서 통용되는 정설이다.
퍼니스는 “전 세계 어느 식당에서도 수익을 계산하는 방식은 같다”며 “레스토랑과 바를 운영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손님 수와 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지아주가 봉쇄령을 완화해 일단 식당 문을 열었다는 블라이스 노왁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아무런 이익도 없을 것”이라며 “아예 문을 열지 않겠다는 식당이 아주 많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노왁이 현재 운영하는 식당은 하루 200명 정도의 손님을 수용할 수 있으나, 테이블 사이 간격을 12피트(약 3.7m) 띄워야 한다는 지침 때문에 하루 손님을 5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볼멘소리는 다른 나라에서도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마리오 피르포는 “2m 간격으로 좌석을 띄워놓으면 식당 수용인원이 70% 이상 줄어든다”며 “내 인생의 자랑거리인 식당의 문을 열지 않을 생각”이라고 하소연했다.
영국의 한 설문조사에서는 260여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유지되는 한 영업을 다시 하지 않겠다’는 업체가 4분의 3을 차지했다.
런던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제임스 램스든은 식당의 최대 수용 인원에 85%를 채워야 이익을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지원 없이 고객 수용을 절반으로 줄이라고 하면 수많은 가게가 폐업하고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일랜드 미슐랭 스타 요리사인 JP 맥마흔은 “2m 이상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것은 업계를 싹 망하게 할 것이다”며 “이러한 조건으로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홍콩에서도 불만에 찬 목소리가 나왔다. 홍콩에서 칵테일바를 운영하는 가간 구릉은 30명 규모인 수용인원을 절반으로 줄여야 하는데 사실상 살아남기 힘들다고 했다. 이어 “우리 업계에는 확실히 건강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의연한 방법으로 헤쳐나가는 곳도 있다.
독일 RTL 방송에 따르면 독일 북동쪽에 있는 카페 로테는 카페에 방문한 손님들에게 ‘거리두기 모자’를 씌워주는 방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카페 주인인 재클린 로테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6주간 문을 닫은 뒤 지난 주말 다시 문을 열었다”며 “손님들에게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씌우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모자를 쓴 손님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렇게 재밌게 지킬 수 있다”며 “정말 멋지다”고 말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