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리얼돌 업체로 출발한 건 사실…FC 서울에 미안”

입력 2020-05-18 18:14 수정 2020-05-18 18:17
17일 오후 2020 K리그1 FC서울과 광주FC의 경기에 앞서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 FC서울 측에서 준비한 응원 마네킹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리얼돌’의 축구장 배치와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주식회사 ‘달콤’ 관계자가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FC 서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달콤’은 애초 리얼돌을 만들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리얼돌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 때문에 실제로 판매한 적은 없다고 한다. 또한 리얼돌을 만들자는 애초 설립 목적을 바꿔 백화점 등에 ‘마네킹’ 용도의 제품을 공급하려고 영업을 시도하던 중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성인용품이 아닌 프리미엄 마네킹을 만드는 회사’라고 했던 애초 주장은 거짓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식회사 ‘달콤’은 성인용품 전문회사인 주식회사 ‘컴위드’와는 다른 회사지만, 컴위드 측에 ‘섹스돌’로 활용될 수도 있는 제품을 공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하는 관계자의 전문이다.

리얼돌을 판매하는 ‘더 달콤(thedalkom.com)’과는 다른 회사라고 했다고 알고 있는데. 성인용품 회사 컴위드(COMWID)와의 관계가 어떻게 되나?
주식회사 컴위드에서 ‘솔로스(SOLOS)’ 브랜드를 운영한다. 솔로스는 BJ 데리고 성인용품을 만드는 회사로, 현재 사업 초기여서 제품은 두 개밖에 없다.
주식회사 달콤은 지난해 말 리얼돌 제작 회사로 창업됐다. 올해 1월 인테리어를 하고 생산을 준비했지만, 중국의 춘절 기간이 길어서 일을 못했다. 2월에 하려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슈 때문에 수급이 안 돼 제작을 못했다. 3월에야 물건이 오기 시작해 물건 만들고 4월 런칭하려 했다. 하지만 리얼돌 체험방, 연예인 초상권이 국내에서 사회적으로 문제돼 계획이 바뀌었다. 리얼돌로 팔지 않고, 재질이 마네킹보다도 더 좋으니 그냥 일반 백화점에 고급 마네킹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영업을 하고 다녔다. 그러다 우연찮은 소개로 서울 구단 담당자를 만나게 됐고 대만 프로야구에서 했던 것처럼 우리 인형이 퀄리티가 있으니 유니폼을 입히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럼 컴위드와 달콤은 다른 회사란 건가?
정리하자면 주식회사 컴위드는 솔로스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고 주식회사 달콤은 ‘돌(인형)’만 만드는 공장으로 둘은 대표도 다르다.
여기에 중국의 리얼돌 관련 20위권 제조업체 QITA(키타)가 껴 있다. 솔로스는 ‘샤샤’와 ‘체로’란 제품을 내놨는데, 키타는 샤샤와 체로의 엉덩이 제품을 만든다. 이 엉덩이 제품은 합법적으로 수입과 유통이 된다. 하지만 리얼돌 전신은 세관에서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키타와 기술 제휴를 하고 있는 달콤에서 키타의 기술과 사람과 같은 살결 느낌이 나는 재료를 공급 받아서 ‘샤샤’ ‘체로’란 BJ 돌 제품을 만들어서 솔로스에 공급했다. 샘플 식으로 준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달콤에서는 섹스돌을 팔지 못했고, 리얼돌이 아닌 리얼 마네킹으로 사업을 전환한 거다. 박물관 같은데 납품한 경험도, 리얼돌을 판 케이스도 없다. 마네킹 쪽 영업을 이제 막 시작했지만 판매는 못했다.
달콤에서 생산하는 인형들은 성기 부분도 막혀있다. 섹스돌이 되려면 ‘오나홀’이란 삽입형 자위기구가 있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런 걸 하지 않는다. 리얼돌의 이슈가 생길까봐 제일 긴 옷을 입히고 마스크도 씌워서 지적 안 받게 신경 썼는데 이렇게 됐다.

그렇다면 더 달콤 사이트와 컴위드 관련 사이트들은 왜 다 폐쇄했나?
더 달콤(thedalkom.com)은 주식회사 달콤의 페이지가 맞다. 지난해 리얼돌 판매를 계획하면서 테스트 페이지로 만들어 놓고 까맣게 잊고 있었다. 쓰지도 않고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결국 해당 사이트가 온라인 상에 퍼지면서 (‘프리미엄 마네킹 제작 업체’라는) 우리 말이 다 거짓말이 돼버렸다. 리얼돌 업체가 아니라 했는데 결국 리얼돌 사이트였으니 다 저희 실수다.
솔로스 등 사이트는 폐쇄된 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사람들의 접속이 많아지면서 내려간 것 같다. 저녁 쯤엔 확인할 수 있을 거다.

머리띠, 팻말이 설치된 경위는? 결국 홍보 목적 아니었나?
홍보용은 아니었다. 배치 시간이 오전 9~12시였는데, 발열체크를 하고 문서 작성을 하느라 설치를 10시 넘어서 했다. 리얼돌이 여자 제품은 40㎏ 넘어가고 남자 것은 70㎏이 넘는다. 그걸 다 옮기고 머리 만지고 세팅하고 급박한 상황이었다. 어쨌든 설치한 뒤에는 (우리도 영업을 하기에) 로고와 머리띠를 장착시킨 채 사진을 찍어놓고 싶었다. 방송에 나가거나 사진기자의 사진에 찍히게 할 의도는 없었다. 하지만 12시에 철수하면서 머리띠 몇 개와 팻말 두 개를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그게 저희의 잘못이었다. 저희를 홍보할 수단으로 서울을 이용할 의도는 아니었다.

20개 정도는 마네킹이었다 치더라도 솔로스에 제공했던 10개 리얼돌은 성인용품 아닌가?
솔로스에 제공했던 인형 10개 받아서 배치한 것 맞다. 하지만 실제 판매된 게 아니고 방송에 활용되지 않았고, 컴위드 사무실에 전시만 돼있었던 샘플이다. 이 제품은 구멍은 있지만 성인용품을 끼워야 섹스돌로 활용되는 제품이다. 10개는 그렇게 제작된 게 경기장에 배치된 건 맞다. 하지만 섹스돌이라고 하긴 어렵다.

앞으로 어떻게 할 예정인가?
서울이 곤란해져 죄송하다. 저희보다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내일 서울 담당자와 미팅하고 책임질 건 책임지겠다. 죄송해서 드릴 말씀이 없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 일단 영업 경험을 해보자 했던 것이었는데 리얼돌 업체가 홍보로 이용했다, FC 서울이 망신이다 이런 소리가 들려 저희 같은 (영세) 업체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시작은 순수한 마음으로 했는데 리얼돌 홍보한 게 돼서 잠도 한 숨 못 잤다. 서울에 미안한 마음 뿐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