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거나 웃기거나…MZ세대 사로잡는 식품업계 캐릭터들

입력 2020-05-19 09:30
빙그레에서 선보인 캐릭터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빙그레 제공

식품업계가 자체 캐릭터 개발을 통해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Z세대 통칭) 공략에 나섰다. 그간 보수적이고 올드했던 식품업계의 이미지를 탈바꿈하고 MZ세대에게 친근감을 주기 위해 귀엽거나 B급 감성을 자극하는 캐릭터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식품업계가 공개한 자체 캐릭터 중에는 빙그레가 지난 2월 말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보인 ‘빙그레우스’가 가장 주목받고 있다. 빙그레우스는 B급 감성을 내세우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드립으로 처음 게시글이 올라오고 세달이 채 되지 않은 사이 팔로워가 5만여명이 늘어 13만명을 기록했다.

빙그레우스는 빙그레 나라의 왕위 계승자라는 콘셉트로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맛있어)’가 전체 이름이다. 빙그레 인스타그램의 팔로워를 늘리라는 왕의 미션을 받아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게 됐다. 빙그레우스는 빙그레 상품을 의인화한 캐릭터 소개와 재밌는 드립을 섞어 상품을 홍보해 B급 감성을 좋아하는 MZ세대들에게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빙그레 관계자는 “빙그레우스는 빙그레라는 기업의 이미지가 ‘40~50대 중년 남성’으로 형성된 것을 탈피하고자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처음 빙그레우스를 시작할 때 회사 내부에서는 긍정과 부정 분위기가 반반이었지만 최근엔 식품업계의 좋은 마케팅 사례로 꼽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 햇반 '쌀알이' 캐릭터 팝업 스토어. CJ제일제당 제공

한편 귀여운 캐릭터를 내세워 아이부터 어른까지 폭넓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경우도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4일 햇반 캐릭터 ‘쌀알이 패밀리’ 캐릭터 8종을 선보이고 캐릭터 팝업 스토어 운영, 캐릭터 적용 신제품 출시, 온라인 기획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쌀알이 패밀리 캐릭터는 흰쌀, 현미 등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다양한 잡곡들을 형상화했다. ‘쌀알이’는 백미, ‘브라우니’는 현미, ‘까미’는 흑미, ‘킹콩’은 검은콩, ‘기기’와 ‘조조’는 기장과 조, ‘뽀리’는 보리, ‘삐삐’는 병아리콩에서 착안해 개발됐다.

귀여운 캐릭터들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정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어필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들이 캐릭터를 직접 볼 수 있도록 CJ제일제당 HMR 플래그십 스토어 ‘CJ더마켓’ 쌍림점과 여의도점에서 다음달 30일까지 ‘쌀알이 패밀리 팝업 스토어’를 운영한다. CJ제일제당은 캐릭터를 활용해 인형과 휴대폰 팝소켓, 스티커, 학용품으로도 출시하고 오는 25일에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동원F&B가 동원참치 캐릭터 '다랑이'를 개발하고 갤럭시 테마와 카카오톡 테마를 출시했다. 동원그룹 제공

동원F&B도 동원참치의 오리지널 캐릭터 ‘다랑이’를 개발하고 지난 14일 갤럭시 테마와 카카오톡 테마를 출시했다. 다랑이는 동원참치의 다랑어를 의인화한 캐릭터로 동원참치 캔을 타고 바다를 떠다니며 세계여행을 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기존 동원참치가 가진 건강한 이미지에 밝고 귀여운 느낌을 더했다. 동원F&B 관계자는 “밀레니얼 세대와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다랑이 캐릭터를 개발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캐릭터 마케팅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애슐리에서 선보인 신규 캐릭터 4종. 왼쪽부터 체다(치즈), 람찌(갈릭), 오몽새(새우), 베리빗(딸기). 이랜드그룹 제공

이랜드이츠의 패밀리 레스토랑 애슐리도 자체 캐릭터 4종을 공개하며 브랜딩 강화에 나섰다. 애슐리의 대표 시즌 식재료인 치즈, 딸기, 갈릭, 새우를 모티브로 만든 코타, 베리빗, 람찌, 오몽새가 푸드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펼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공개될 예정이다. 애슐리는 지난 13일 각 캐릭터의 특징을 살린 금속 뱃지 4종을 내놨다. 앞으로는 매달 자체 캐릭터를 활용한 한정판 굿즈를 제작하고, 현재 8개 핵심 매장에서 운영 중인 애슐리 스토어를 강화·확산해 복합외식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 소비재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서 ‘가치소비’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은 이제 자명하다”며 “기업의 이미지도 소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이고 젊은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식품업계들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